한편생 대일투쟁 헌신… 故 이금주 회장 평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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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한편생 대일투쟁 헌신… 故 이금주 회장 평전 출간
92년부터 일본 상대로 소송전 벌여와
특별법 제정·대법원 승소 큰 족적 남겨
  • 입력 : 2023. 03.23(목) 17:23
  • 김혜인 기자 hyein.kim@jnilbo.com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강제동원 문제 공론화와 소송 투쟁에 평생 헌신한 고(故) 이금주 태평양전쟁희생자 광주유족회장의 평전(사진)이 출간됐다고 23일 밝혔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제공
한일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각계 반발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평생을 일제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인권회복을 위해 앞장서 온 故 이금주 태평양전쟁희생자광주유족회장의 평전이 출간됐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이 회장의 대일 투쟁 과정을 담은 ‘어디에도 없는 나라’가 출간됐다고 23일 밝혔다.

이 회장은 결혼 2년 만에 일제에 끌려간 남편을 빼앗긴 아픔을 안고 일제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에 매진해 왔다.

1942년 11월 이 회장의 남편은 8개월 된 아들을 두고 일본 해군 군무원으로 끌려가 이듬해 11월25일 남태평양 타라와섬에서 미군의 대규모 상륙작전 전투 중 사망했다.

이 회장은 예순아홉 나이에 1988년 태평양전쟁희생자광주유족회를 결성하고 초대 회장을 맡은 뒤, 1992년부터는 피해자들을 결집해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본격적인 소송에 나섰다. 법정투쟁을 통해 전후 배상 문제를 외면한 일본 정부를 국제사회에 고발함으로써 일본의 반성을 이끌어내기 위해 수 차례 패소에도 굴하지 않고 투쟁해왔다.

1992년 원고 1273명이 참여한 ‘광주천인 소송’은 이후 대일(對日) 투쟁을 예고하는 신호탄이었다. 이 소송을 시작으로, 귀국선 ‘우키시마호 폭침 사건 소송’,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 등이 합세해 원고로 참여한 ‘관부재판 소송’, ‘B·C급 포로감시원 소송’,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소송’, ‘후지코시 근로정신대 소송’, 일본 외무성을 상대로 한 ‘일한회담 문서공개 소송’ 등, 일본 정부와 전범기업을 상대로 총 7건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일본 사법부에 제기해, 일제강제동원 문제를 한일 간 이슈로 끌어냈다.

법정 진술, 재판 방청, 각종 시위, 일본 지원단체와 연대 활동 등 노구를 이끌고 그동안 일본을 오간 것만 자그만 치 80여 차례, 그 사이 일본 법정에서 ‘기각’ 당한 것만 모두 17차례에 이른다.

이러한 이 회장의 투쟁에 40여 년 동안 감춰져 있던 한일협정 문서가 공개되고, 강제동원특별법이 제정된 데 이어, 한국 정부 차원의 진상규명위원회가 발족하기도 했다. 또한 2018년 역사적인 한국 대법원 전범기업의 배상 판결을 이끌어냈다.

책에서는 이 과정에 이르기까지 이금주 회장이 외롭게 부딪히며 맞서야 했던 고뇌와 투쟁이 담담히 풀어져 있다.

특히 책에는 자신은 물론 아들과 며느리까지, 나중에는 손녀까지 한 집안 3대가 팔을 걷어부치며 인권회복을 위해 일본과 맞서 모든 것을 쏟아냈던 숨은 사연들이 담겨있다.

이 회장은 일제 피해자들의 인권을 위해 헌신해 온 공로를 인정받아 2019년 ‘대한민국 인권상’과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으며, 2021년 12월 끝내 일본의 사죄 한마디를 듣지 못한 채 102세를 일기로 한 많은 삶을 마감했다.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은 발간사에서 “이 평전은 온갖 고난과 좌절 속에서도 역사적 소명을 위해 온 생을 던진 이금주 한 개인의 기록임과 동시에, 광복 후에도 풍찬노숙해야 했던 일제 피해자들의 처절한 투쟁의 기록”이라며, “한일관계 개선이라는 구실로 또다시 일제 피해자들을 그 제물로 삼으려는 역사의 아이러니 앞에, 이금주 평전이 시대를 성찰하는데 작은 밑거름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변호사 일을 시작한 첫 해에 이금주 회장을 처음 만나 이후 일본 소송을 주도해 온 야마모토 세이타(山本晴太) 변호사는 “피해자는 단지 돈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며 “이금주 회장의 인생을 알고, 그 심정을 이해하면, 가해자도 아닌 자가 대신 돈을 내는 식의 ‘해결방안’이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며 평전 발간의 남다른 의미를 덧붙였다.
김혜인 기자 hyein.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