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강 홍수 속 희미해진 주권… 서구 중심주의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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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열강 홍수 속 희미해진 주권… 서구 중심주의 비판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외부전시 ①국립광주박물관
본관 전시 이어 지역 특수성 조명
캄보디아 작가 ‘소핍 핏’ 등 6명
연계전시 소장품 도자류 764점
신안해저문화재 통해 관람 확대
  • 입력 : 2023. 04.11(화) 11:17
14회 광주비엔날레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의 외부전시가 진행되는 국립광주박물관의 전경.
국립광주박물관은 제14회 광주비엔날레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에서 지역적 특수성을 조명한 외부전시를 7월9일까지 개최한다. 호남지역 첫 박물관이라는 장소적 특수성에 착안해 주로 특정 지역의 의미를 살린 작품들이 전시돼 관람객들에게 인권침해·억압·침탈의 역사를 상기시킨다.

이번 광주비엔날레는 네개의 소주제별로 나뉜 본관 전시에 이어 외부전시 공간이 국립광주박물관을 비롯해 서구 무각사, 동구 예술공간 집, 남구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으로 이어진다. 국립광주박물관에서 한국, 대만, 미국, 사모아, 캄보디아 등에서 활동하는 작가의 작품 6점이 전시된다. 특히 연계전시로 광주박물관 대표 소장품인 신안해저문화재 도자류 764점을 함께 선보여 방문객들의 관람 폭을 대폭 확대했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출품작 중 하나로 국립광주박물관에 전시된 김기라의 작 ‘편집증으로서의 비밀정원’.
중앙로비에는 김기라 작가의 설치 작품 ‘편집증으로서의 비밀정원’이 전시돼 관람객을 처음 맞이한다. 작품은 소위 ‘동양적’혹은 ‘한국적’이라고 간주되는 소품들을 한데 모아놓은 모양새다. 작가는 무작위로 수집한 도자기, 분재, 감시카메라, 조각상, 액자, 스피커 등을 집합시켜 관념적으로 느껴지는 동양적 분위기를 통해 서구중심주의적 태도와 습관을 드러낸다.

기획전시실에서는 캔디스 린(Candice Lin) 작품 ‘리튬 공장의 섹스 악마들’을 전시한다. 작품은 공장의 개인 작업대 여러개를 구비한 형식이다. 이는 리튬 배터리 공장의 노동자에 관해 말하고 있으며 서구식 산업혁명에 대한 비판을 설치 미술로 표현한 것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리튜 배터리 생산 기업이 있는 나라라고 한다. 캔디스 작가는 한국을 통해 지리적, 장소적 측면에서 리튬에 관한 연구를 확장한다.

14회 광주비엔날레 출품작 중 하나로 국립광주박물관에 전시된 유키 키하라의 작 ‘사모아에 대한 노래-모아나(태평양)’.
일본과 사모아 혈통의 유키 키하라(Yuki Kihara)는 작품 ‘사모아에 대한 노래-모아나(태평양)’을 선보인다. 작품은 일본의 전통 옷 기모노에 사모아의 시아포(나무껍질로 만든 사모아의 전통 직물)를 이용, 수를 놓은 모양새다. 특히 기모노를 화폭으로 삼아 태평양 바다 위에 무역선을, 하늘에는 비행 폭격기를 새겨 넣었다. 이는 원주민의 땅과 자원을 약탈하는 유럽인들, 외세를 나타낸다.

호남 서화를 대표하는 근원 고(故) 구철우 선생의 작품도 공개한다. 구 선생의 획을 약간 슬려 쓰는 특유의 한자 서체로 윤리와 도덕, 일상에 관한 내용의 여러 한시를 모아 작품화한‘행초 10곡’을 선보인다. 그는 생전 단 한 번도 개인 작품전을 연 적이 없고 작품집도 출간한 적이 없어 그의 글씨는‘선비의 서예이자 은둔자의 서예, 생활인의 서예, 선승의 서예’로 평가받는다.

다목적실에는 아시아계 미국인 제임스 T. 홍(James T. Hong)의 영상 작품 ‘영혼에 대하여’가 2개 채널을 통해 송출된다. 영상에는 익명의 인간 화자와 개, 그리고 미확인 바이러스의 관점이 번갈아 나온다. 작품은 서로 다른 종 사이에 전제된 위계질서를 타파하며 줄곧 인종과 계급에 관한 사회정치적 이슈를 다룬 작가의 주제의식을 강조한다.

14회 광주비엔날레 출품작 중 하나로 국립광주박물관에 전시된 소핍 핏의 작 ‘춤’.
박물관 정원에는 캄보디아 출신 작가 소핍 핏(Sopheap Pich)의 설치작품 ‘춤’을 전시했다. ‘춤’은 알루미늄 제품을 재활용해 배롱나무 형태로 만든 형태다. 작품을 구성하는 알루미늄은 캄보디아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재료로 캄보디아 사람들의 현실을 가리키는 지표라 할 수 있다.

국립광주박물관은 광주비엔날레 전시에 이어 대표 소장품인 신안해저문화재(1976년 신안 도덕도 앞바다에서 인양된 중국 송, 원대 도자기 유물)를 선보이는 연계전시도 기획했다. 전시에서‘도자기 대량 생산의 두 얼굴’이라는 주제로 신안해저문화재 도자류 764점이 소개된다.

전시를 통해 서구식 산업혁명 이전 전통 시기에도 구현됐던 일상용품 대량 생산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으며, 동시에 이면의 열악한 노동 환경 문제도 제기한다. 관람객들은 전통 도자기를 ‘각각 한 점이 유일무이한 예술품’으로 여기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도자류를 산업적인 측면에서 바라보게 돼 관점의 탈피를 경험할 수 있다.

국립광주박물관 관계자는 “국립광주박물관의 외부전시는 광주비엔날레 본관 전시에서 선보인 네 가지 소주제 중 ‘일시적 주권’과 관련된 다수의 작품을 선점했다. 인권 침해를 다루고 억압·차별과 같은 이슈에 주목하는 작품부터 광주지역 역사와 밀접한 작품까지 그 주제가 다양하다”며 “비엔날레 공동전시뿐 아니라 박물관 상설전시도 마련했다. 전통과 현대예술에 대해 문화향유의 폭을 넓힐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