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선의 사진풍경87>애기무덤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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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선의 사진풍경
박하선의 사진풍경87>애기무덤 앞에서
박하선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 입력 : 2023. 04.20(목) 13:55
부슬비가 내리고 있다

북촌 너분숭이에 하염없이 부슬비가 내리고 있다

연중 관광객들이 넘치는 제주 섬이지만

주변에는 아무도 없다

날씨가 좋지 않는 날이어서 그런 것일까

아니다.

‘4.3 유적지’라는 표지판이 서 있기는 하지만

웃고 즐길만한 것이 없는 곳이어서 그럴 것이다



한 날 한 시에 수백 명의 마을 사람들이 학살된 곳이다

널려있는 몇 개의 작은 돌무더기

울며 죽은 엄마의 젖을 빠는 것도 못마땅했나

왜 그랬을까

왜 이 어린애들은 죽어야만 했을까

70년이 넘는 세월이 부슬비에 젖고 있다

얼마 전이 제주 4.3 추모일이었지만 양민 학살은 그때가 시작이었을 뿐.

이 제주 4.3 사건의 아픈 역사를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고

국가폭력으로 인한 양민학살이라고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피에 굶주린 미친개들은 짖어대고 있다.



이런 일들이 비단 이곳 제주에서만 있었던 일이던가

현장에서 학살을 자행한 무리들도 밉지만

광란의 춤을 춘 지휘관과 통수권자의 죄를 어디에다 비교할 수 있을까.

그런데도 그들의 추모비를 버젓이 세웠고

국가예산으로 기념관까지 세우겠다고 하는 걸 보면

아직도 선량한 국민들을 능멸하고 있는 것이다.

떨어져 나뒹구는 동백꽃, 부슬비가 하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