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찾은 광주 북구 신안동. 주민들이 폭우로 인해 엉망이 된 집 내부와 장판, 가전제품, 집기 등을 밖으로 내놓았다. 비가 그친 뒤 찾아온 무더위 속에서도 복구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이정준 기자 |
지난 17일 하루사이 광주·전남에 400㎜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광주광역시 북구 신안동 일대가 물에 잠겨 주민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20일 오전 찾은 신안동에서는 주민들이 온통 흙탕물에 범벅이 된 집 내부와 장판, 가전제품과 집기 등을 밖으로 내놓으며 힘겨운 복구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주택가 주변은 이른바 ‘난장판’이 된 모습이었다. 하천 위 다리에 있는 보안등은 폭우로 인해 꺾여 쓰러져 버린 모습이었고 마을 외벽 일부 구간이 무너지기도 했다. 주택과 상가 앞 도로에는 폐가전과 폐기물이 산더미처럼 쌓여 통행이 어려울 정도였다. 빠져버린 창문을 다시 끼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주민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집 내부는 흙탕물이 말라 진흙과 물로 뒤엉켜 있어 그간 참혹했던 상황을 고스란히 말해주고 있었다.
신안동 주민과 인근 자영업자들은 한데 모여 “비가 그치면 뭐 하냐?”, “집이 정말 말도 아니다”, “언제 다 치우냐”며 울상을 지었다.
문종준(51)씨는 “앞으로 비가 오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고 내년도 걱정이다. 하천에 방수벽이 없어져야 물이 많이 빠져나갈 수 있어 침수를 막을 수 있다”며 “확실한 대책이 이뤄졌으면 좋겠고 피해보상이 빨리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최태영(63)씨도 “냄새도 나고 흙먼지 때문에 더러워 제대로 쉴 수도 없다”며 “마을 앞 철도가 하천 물길을 훨씬 더 강하게 만들고 있다. 기차가 많이 다니지도 않는 것 같은데 침수를 막기 위한 심도있는 고민을 정부가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20일 찾은 광주 북구 신안동. 폭우로 인해 물이 들어차 난장판이 되어버린 창고의 모습. 이정준 기자 |
신안동에서만 25년을 거주한 60대 중반 김모씨는 “벌써 집이 물에 잠긴 것만 4번째다. 특히 이번 폭우에는 집에 물이 50㎝가량 차올라 제일 심했다”며 “그동안 침수 피해에 대한 보상도 너무 적어서 이번엔 반드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정됐으면 좋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언제 폭우가 쏟아졌냐는 듯 땡볕이 일자 이들의 이마와 콧등에는 땀방울이 뚝뚝 떨어졌지만, 주민들은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복구 작업을 이어갔다.
이날 북구 신안동을 찾은 김민석 국무총리는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김 총리는 마을 주민들을 만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위기를 하루빨리 수습하고 마을 주민들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모든 수단과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준 기자 jeongjune.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