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 침수된 집’… 신안동 주민들 "이젠 정말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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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4번 침수된 집’… 신안동 주민들 "이젠 정말 지친다”
광주 북구 신안동 폭우 피해 현장
17일 하루동안 400㎜ 넘는 물폭탄
집마다 진흙 범벅·폐가전 쓰레기산
"하천 방수벽·철도 침수 피해 키워”
  • 입력 : 2025. 07.20(일) 17:32
  • 이정준 기자 jeongjune.lee@jnilbo.com
20일 찾은 광주 북구 신안동. 주민들이 폭우로 인해 엉망이 된 집 내부와 장판, 가전제품, 집기 등을 밖으로 내놓았다. 비가 그친 뒤 찾아온 무더위 속에서도 복구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이정준 기자
“폭우 때문에 집이 난리가 났어요. 한두 번도 아니고 정말 힘듭니다.”

지난 17일 하루사이 광주·전남에 400㎜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광주광역시 북구 신안동 일대가 물에 잠겨 주민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20일 오전 찾은 신안동에서는 주민들이 온통 흙탕물에 범벅이 된 집 내부와 장판, 가전제품과 집기 등을 밖으로 내놓으며 힘겨운 복구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주택가 주변은 이른바 ‘난장판’이 된 모습이었다. 하천 위 다리에 있는 보안등은 폭우로 인해 꺾여 쓰러져 버린 모습이었고 마을 외벽 일부 구간이 무너지기도 했다. 주택과 상가 앞 도로에는 폐가전과 폐기물이 산더미처럼 쌓여 통행이 어려울 정도였다. 빠져버린 창문을 다시 끼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주민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집 내부는 흙탕물이 말라 진흙과 물로 뒤엉켜 있어 그간 참혹했던 상황을 고스란히 말해주고 있었다.

신안동 주민과 인근 자영업자들은 한데 모여 “비가 그치면 뭐 하냐?”, “집이 정말 말도 아니다”, “언제 다 치우냐”며 울상을 지었다.

문종준(51)씨는 “앞으로 비가 오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고 내년도 걱정이다. 하천에 방수벽이 없어져야 물이 많이 빠져나갈 수 있어 침수를 막을 수 있다”며 “확실한 대책이 이뤄졌으면 좋겠고 피해보상이 빨리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최태영(63)씨도 “냄새도 나고 흙먼지 때문에 더러워 제대로 쉴 수도 없다”며 “마을 앞 철도가 하천 물길을 훨씬 더 강하게 만들고 있다. 기차가 많이 다니지도 않는 것 같은데 침수를 막기 위한 심도있는 고민을 정부가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일 찾은 광주 북구 신안동. 폭우로 인해 물이 들어차 난장판이 되어버린 창고의 모습. 이정준 기자
수십 년째 마을에 거주 중인 주민들은 상습적으로 침수되는 상황에 분노를 터뜨렸다.

신안동에서만 25년을 거주한 60대 중반 김모씨는 “벌써 집이 물에 잠긴 것만 4번째다. 특히 이번 폭우에는 집에 물이 50㎝가량 차올라 제일 심했다”며 “그동안 침수 피해에 대한 보상도 너무 적어서 이번엔 반드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정됐으면 좋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언제 폭우가 쏟아졌냐는 듯 땡볕이 일자 이들의 이마와 콧등에는 땀방울이 뚝뚝 떨어졌지만, 주민들은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복구 작업을 이어갔다.

이날 북구 신안동을 찾은 김민석 국무총리는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김 총리는 마을 주민들을 만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위기를 하루빨리 수습하고 마을 주민들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모든 수단과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준 기자 jeongjune.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