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9일 광주광역시 동구 소태동에서 맨홀 구멍에 다리가 빠져 고립된 시민을 구한 최승일씨. |
광주광역시 동구 소태동에서 자동차공업사를 운영하는 최승일(53)씨는 지난 19일 집중호우로 침수된 도심 하천 인근에서 구조 요청 소리를 듣고 달려갔다.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오던 한 어르신이 맨홀 구멍에 다리가 빠져 고립된 상황이었다.
최 씨는 곧장 물 속으로 뛰어들었지만, 손으로만 구조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는 “힘으로 안 되는 상황이었다. 직원들과 함께 판자를 들여보내고, 도로 포장재(아스콘)에 다리가 낀 걸 하나하나 치워가며 구조했다. 어르신이 숨을 쉴 수 있도록 틈을 만들고, 다치지 않게 조심조심 끌어올렸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구조 작업 중 차량이 다가오는 위급한 순간도 있었지만 그는 “차가 오고, 상황은 위급했지만, 어르신을 두고 나올 순 없었습니다. 사람인데 어떻게 그냥 두겠나. 처음에 들어가지 않았으면 몰라도, 이미 들어간 이상 끝까지 살려야겠단 생각뿐이었어요”라고 덧붙였다.
최 씨는 과거 견인차 운전 경험이 있는 베테랑이다. 그는 “견인차 일을 오래 했다. 구조 경험이 있어서 무작정 잡아빼면 위험하다는 걸 알았다. 도구를 쓰고, 다치지 않게 하는 법도 알고 있었기에 침착하게 움직일 수 있었디”고 설명했다.
긴박한 구조작업으로 노인은 가까스로 생명을 건졌고, 이후 가족들이 찾아와 감사를 전했다. 최 씨는 “그날 어르신도, 저도 살아서 너무 다행이었다. 가족분들이 찾아와 감사 인사를 전하셨는데, 제가 할 일을 한 것뿐이다”고 말했다.
구조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이후 부담도 적지 않다. 그는 “뉴스에 나오니까 부담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또 생긴다면 똑같이 행동할 것 같다. 그냥 제 성격이 그렇다. 지나치지 못한다”고 담담히 말했다.
한편 그는 집중호우 상황에서 공무원들의 선제적 대응이 인상 깊었다고 전했다. “공무원들이 많은 비가 내리자 미리 현장에 나와 움직이는 걸 보고 ‘우리나라 제대로 돌아가는구나’ 싶었다. 우리 시민도 그에 맞게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정유철 기자 yoocheol.je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