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에세이·최성주> 테러 대비 핵심 인프라 보안 강화를

최성주 고려대학교 특임교수·전 주 폴란드 대사
글로벌 테러리즘과 국가안보(2)

최성주 고려대학교 특임교수·전 주 폴란드 대사
최성주 고려대학교 특임교수·전 주 폴란드 대사

2014년 6월, 이슬람국가(IS)는 신정국가의 설립을 선포하며 정부구성과 화폐발행 등 국가로서의 체계를 갖추려 했다. 이 점이 IS가 알카에다와 다른 점이다. 즉, 알카에다가 게릴라성 테러를 자행하면서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반면, IS는 영토 확장과 조직원 충원, 그리고 자금 확보를 통해 이슬람근본주의 국가 건설을 추구했다. 그런데, 알카에다조차 비판한 IS의 극악무도하고 잔혹한 테러 행위는 전세계에 엄청난 충격과 분노를 주었다. 유엔은 IS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적 연대 노력을 주도하고 있다. 2015년에는 한국 청년 한 명이 인터넷을 통한 IS의 달콤한 꼬드김에 넘어가 터키-시리아 국경을 통해 시리아에 소재한 IS 캠프에 합류한다. 이후 그의 생사가 불분명한 가운데, IS 근거지에 대한 다국적군의 대대적인 공습 당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라크 북부와 시리아 동부에서 맹위를 떨치던 IS는 미국이 주도하는 다국적군의 강력한 군사 공격으로 2017년 말부터 사실상 소멸단계로 접어든다. 그런데, 올 8월 26일 IS의 아프가니스탄 지부인 IS-K(호라산)는 미군의 철군 시점을 틈타, 카불 공항 인근에서 대규모 폭탄테러를 자행함으로써 IS의 실체적 위협을 전세계에 알렸다.

한편, 필자가 3년간 근무한 알제리에서는 2000년대 들어 알카에다에 자발적으로 충성을 맹세한 이슬람 무장단체가 수시로 자살폭탄 테러를 자행했다. 필자가 부임하기 2년 전인 2007년 말에는 알제리의 수도에서 유엔사무소와 헌법재판소를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자살폭탄 테러가 연이어 발생하여 70여 명이 사망하였다. 당시 동남아지역을 출장 중이던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테러 현장을 즉각 방문하여 희생자들을 조문하고 위로한바 있다. 필자가 근무하던 시기에는 상대적으로 테러 빈도가 줄었지만, 알제리 정부는 지방을 방문하는 외국 외교관들에게 무장 경호를 제공했다. 외국 외교관들은 알제리 외교부에 지방 출장계획을 미리 통보해야 했다.

다행히, 글로벌 테러 대응체계의 구축 및 정보공유의 활성화 덕분에 최근 들어 테러 사건의 빈도는 대폭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나이지리아의 보코하람 및 소말리아의 알샤바브와 같은 테러단체가 엄연히 활동 중이고, '외로운 늑대(lone wolf)'에 의한 자생적 테러 위험도 여전하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조직적인 테러단체보다 외로운 늑대를 상대하기가 더 어렵다. 인터넷을 통해 테러 기법을 습득한 개인이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교통 통신의 발달로 지구촌은 급속히 가까워지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소외감과 박탈감을 느끼는 이들을 배려하고 포용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이와 함께, 사이버 공간을 통한 테러 행위인 '사이버 테러'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하철 및 전력, 정유시설 등 핵심 인프라에 대한 사이버 테러는 엄청난 공포와 사회적 혼란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국가적 차원의 예방과 대응을 요한다. 사이버 테러를 '대량교란무기(WMD)'라고도 부르는 이유다.

'국가 테러주의'라는 표현이 있다. 이는 국가 차원에서 테러를 조직하고 실행하거나, 또는 테러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행위를 지칭한다. 북한은 1983년 10월, 미얀마를 방문 중이던 전두환 대통령의 암살을 획책한 적이 있다. 이것이 악명 높은 '아웅산 폭탄테러'인데, 이로 인해 서석준 부총리와 이범석 외무부 장관, 김동휘 상공부 장관 등 우리 대표단 17명이 목숨을 잃었다. 미얀마 정부는 북한공작원을 체포하고 북한과의 외교관계를 즉각 단절한 바 있다. 이뿐만 아니라, 북한은 88서울올림픽을 방해할 목적으로, 1987년 11월 대한항공 858편을 공중 폭파시켰다. 그 결과, 승객과 승무원 114명이 몰살당했다. 이처럼 북한은 필요할 경우 테러리즘을 국가정책 차원에서 실행하는 '국가테러주의' 집단이다. 2017년 2월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은의 이복형인 김정남을 맹독성 화학무기인 VX로 살해한 것도 전형적인 테러 수법에 속한다.

테러 공격은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다. 이를 감안, 우방국과의 긴밀한 정보공유를 통해 글로벌 대응시스템을 강화함은 물론, 평소 핵심 인프라에 대한 보안조치를 강화해야 한다. 빈부격차와 청년실업 등 국내적 불안요소를 완화하고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늘어나는 다문화 청소년들을 위한 맞춤형 교육실시 등 사회적 배려 시스템도 구축해야 할 때다. 우리나라도 결코 테러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을 항시 유념하여 대응해야 한다. 특히, 인터넷 강국이고 대외개방형 국가인 한국은 폐쇄된 공산국가인 북한에 의한 사이버 테러에 취약하므로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며, 유사시에는 신속한 복구역량 구축도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