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폭력에 시민 희생… 용서는 어려운 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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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국가폭력에 시민 희생… 용서는 어려운 거네요"
여순사건 영화 ‘동백’ 광주 시사회 ||지역 시민단체·오월 관계자 관람 ||오월 단체 “보는 내내 눈물이 났다” ||유족회 “명예회복·진상 규명 최선”
  • 입력 : 2021. 10.21(목) 17:26
  • 김해나 기자

서장수 여순사건 여수유족회장, 유혜량 여순사건 순천유족회 상임이사, 오월 관계자, 시민단체 대표, 이용섭 광주시장, 김용집 광주시의회 의장 등이 지난 20일 광주 서구 CGV상무점에서 열린 영화 '동백' 시사회에 참석했다.

서장수 여순사건 여수유족회장, 유혜량 여순사건 순천유족회 상임이사, 오월 관계자, 시민단체 대표, 이용섭 광주시장, 김용집 광주시의회 의장 등이 지난 20일 광주 서구 CGV상무점에서 열린 영화 '동백' 시사회에 참석했다.

"왜 아무 이유 없이 잊으라고 해? 그건 폭력이고 무책임한 거 아니니?"

광주지역에서 여순사건의 비극을 담은 영화 '동백' 시사회가 열렸다.

여순사건은 1948년 10월19일 여수에 주둔했던 14연대 일부 군인들이 제주 4·3 진압 출동 명령에 맞서 동족 살상 거부, 미군 철수를 주장하며 여수·순천 일대를 점령한 사건이다. 당시 미군의 지원을 받은 정부가 진압하는 과정에서 1만여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국가공권력에 의한 대규모 민간인 학살이 이뤄졌다. 정부군이 10월27일 여수를 탈환하지만, 무장봉기한 군인들은 지리산 등지에 숨어 빨치산 활동을 이어갔다. 무장봉기군과 정부군 사이에서 많은 지역 희생자가 나왔다.

여순사건은 무고한 시민들이 국가폭력 희생자가 된 사건으로, 73년 동안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다가 최근 특별법이 제정되며 진상규명을 위한 첫발을 뗐다.

지난 6월 여순사건특별법(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이 73년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기에 영화 개봉은 시기적으로 더욱 특별하다. 민주인권평화 도시인 광주에서의 시사회 역시 그 의미를 함께 했다.

지난 20일 오후 광주 서구 CGV상무점에서 진행된 시사회에는 서장수 여순사건 여수유족회장, 유혜량 여순사건 순천유족회 상임이사, 오월 관계자, 시민단체 대표, 이용섭 광주시장, 김용집 광주시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영화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비극이라 불리는 여순사건 당시 상황과 민간인 학살 현장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피해자 2세대인 영화 주인공은 70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유족들의 모습을 담았다.

같은 국가폭력을 겪고, 먼저 보낸 가족을 41년 동안 가슴에 품고 살아온 5·18 유족들은 영화를 보며 눈물을 참지 못했다.

이명자 오월어머니집 관장은 "여순사건과 5·18 모두 국가가 국민에게 저지른 비극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눈물이나 혼났다"며 "영화를 보니 '용서'라는 것이 무겁고 어렵게 느껴졌다. 사죄가 있어야지만 용서와 화해가 가능하다. 5·18도 마찬가지다. 전두환이 지금이라도 사죄한다면 가슴에 맺힌 한이 조금이나마 풀릴 텐데 사죄는커녕 반성하는 태도조차 없으니 더 분노하게 된다"고 말했다.

박관현 열사의 누나 박행순 씨도 "우리들의 아픔이 여순사건 피해자보다 늦었지만, 가족 잃은 슬픔은 누구나 같을 것이다"며 "영화가 5·18의 아픔까지 같이 느껴지는 것 같아 더 와닿았다"고 말했다.

오월을 직접 겪었던 이들 역시 비극에 동감하고 아파했다.

정동년 5·18기념재단 이사장은 "아직도 많은 사람이 여순사건을 '여순반란사건'으로 알고 있다. 당시 고통을 받은 피해자들은 70년이 넘도록 그야말로 숨도 못 쉬고 산다는 얘기다"며 "국가에 의한 폭력, 여순사건과 5·18 같은 비극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피해자의 2세인 유족들 역시 집중해서 영화 관람을 마쳤다.

서장수 여순사건 여수유족회장은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고자 문화 콘텐츠를 활용해 시민 속에 파고든다는 의미에서 참 감사한 영화다"며 "영화를 통해 많은 이들이 여순사건을 올바르게 알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특별법 제정 이후 가장 중요한 것은 진상규명이다. 현재 여순사건 피해자들의 2세대 평균 나이가 80세다. 피지도 못하고 떨어지는 동백꽃처럼 유족 한 분 한 분이 세상을 떠나고 있다"며 "피해자와 유족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서는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는 게 첫 번째 과제다. 국가 소장 기록물을 공개하고 조사해야 한다. 왜곡된 역사가 반복되면 제2의 여순사건, 제2의 5·18이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장수 여순사건 여수유족회장이 지난 20일 광주 서구 CGV상무점에서 열린 영화 '동백' 광주 시사회에 참석해 영화 상영 전 소감을 밝히고 있다.

김해나 기자 min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