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아파트 "맴맴"… 밤잠 설치게 하는 말매미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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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도심 아파트 "맴맴"… 밤잠 설치게 하는 말매미 소리
평균 80~100dB…차 경적 소리급 ||열섬화로 기온 오르자 개체 증가 ||시민 “하루 이틀 아니고… 괴로워” ||전문가 “조명등·열섬화 등 영향”
  • 입력 : 2022. 08.16(화) 16:08
  • 김혜인 기자

16일 광주 서구 치평동의 한 아파트 단지 가로수에 매미가 매달려 울고있다. 강주비 인턴기자

'매애애앰~', "아이고, 오늘따라 더 시끄럽게 우네!"

지난 15일 광주 서구 치평동의 한 아파트 단지. 곳곳에서 짜증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찌는 듯한 폭염에 시끄러운 매미 소리까지 겹치니 불쾌 지수가 극에 달한 듯, 주민들은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근처를 지나던 전복미(50) 씨는 "낮에도 정말 쉴 새 없이 울어댄다. 집안은 창문을 닫고 있으면 좀 덜한데 밖에서는 귀가 아플 정도다. 통화를 하거나 친구랑 이야기라도 할 때면 매미 소리 때문에 상대방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 대화가 어려울 정도다"고 호소했다.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던 윤태영(12) 군은 "며칠 전 창문을 열어 놓고 학원 숙제를 하고 있었는데, 매미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집중할 수가 없었다. 환기를 시켜야 하니 창문을 닫을 수도 없어서 그날 숙제를 다 못 끝내고 학원에 갔다"고 토로했다.

공원에서 운동을 하던 양모(78) 씨는 "여름에 매미가 우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듣기 싫지는 않다"면서도 "오늘 공원에서 산책하다 시골에서 온 아저씨를 만났는데 '무슨 매미가 시골보다 더 울어대냐'고 진저리 치더라. 그걸 듣고 요즘 매미가 유독 시끄러운가 보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매미로 인한 시민들의 불만은 상당했다. 각 지자체 온라인 게시판에도 '남편이 요새 매미 소리 때문에 잠을 못 자서 힘들어 한다', '너무 시끄러워서 보니 방충망에도 붙어서 울고 있더라' 등의 하소연이 줄줄이 이어졌다.

이런 하소연은 민원으로 직결되지만, 뾰족한 방법은 없다. 소음과 관련해서는 동물은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뿐더러 생명체인 만큼 마구 잡아들일 수도 없다.

소음·진동관리법에 따르면 '소음'은 기계·기구·시설, 그 밖의 물체의 사용 또는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장소에서 사람의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강한 소리로 정의돼 있다. 개 짖는 소리를 포함한 동물울음 소리는 현행 규제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을까.

말매미.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현재 한국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매미는 총 15종으로, 그중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말매미의 경우 가장 울음소리가 크고 개체수가 급증하고 있다. 이들의 평균 울음소리 크기는 80~100dB(데시벨)을 오간다. 80dB은 역사에서 지하철이 들어오는 소리 수준이며 100dB은 전기톱이나 차량 경적 소리 크기다.

전문가들은 계속해서 커지는 말매미의 울음소리 원인으로 '도시화'를 지목했다. 결국 인간을 위한 도심 시설과 도시화로 인한 기후변화 등의 문제로 인해 울음소리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세진 광주생명의숲 전 사무처장은 "말매미의 특성상 수컷이 암컷에게 울음을 전달하기 위해서 본인의 소리를 더욱 크게 높이는데 소리를 가로막는 고층빌딩, 방음벽, 그밖의 도시소음때문에 더욱 목청을 높일 수밖에 없다"며 "또한 열섬화(도시 지역의 기온이 주변보다 높아지게 됨) 현상으로 도심 기온이 올라가고 말매미의 서식 환경이 좋아지면서 개체가 늘어나는 것도 소리가 커지는 하나의 이유다. 기온에 민감한 탓에 현재 말매미는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에서 선정한 국가 기후변화 생물지표종 중 하나로 등록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저녁에 울지않는 매미가 심야시간까지 울음을 멈추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도 빛공해를 지적하며 결국 인간중심적인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김 전 사무처장은 "보통 매미는 밤에 부엉이와 같은 포식자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낮에만 우는 경향이 있는데 밤에도 가로등, 간판 등 각종 도시의 조명들로 인해 낮으로 착각해서 끊임없이 우는 것이다"면서 "결국 인간의 편의를 위한 것들이 오히려 매미의 울음을 더욱 자극한 셈이다"고 말했다.

김혜인 기자 kh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