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소중한 것은 진실에 대한 신앙 아닐까"
박권상 언론학
박권상 저 | 상상나무 | 2만원
2015년 02월 12일(목) 00:00

"언론인으로서 역사의 지식, 인간의 지혜, 통찰력, 표현력 그리고 사물을 요약하는 기능, 어느 한 가지 소홀히 할 수 없다. 그러나 아마도 가장 소중한 것은 '진실'에 대한 신앙이 아닐까. 단편적인 사실이 아니라 나타난 사실을 둘러싼 포괄적이고 완전한 진실이다. 그런 진실을 찾고 알리고 부추기고 가꾸고 꽃 피우는 것이, 그것이 곧 언론의 생명이요, 빛이요, 뜻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시사저널 창간호에 실렸던 고(故) 박권상 선생의 시론 한 구절이다.

50년 한길 언론인의 삶을 살다 간 박권상 선생은 1952년 한국전쟁의 포성이 채 멎지 않은 피난수도 부산에서 정치, 정전회담 현장을 누비는 신문기자로 언론에 투신했다. 1950년대 중반 미국에 신식 언론연수교육을 다녀온 젊은 연수 동료 기자들과 함께 자신의 서울 종로구 관훈동 84-2 하숙집에서 첫모임을 가지며 태동시킨 탐구하는 기자들의 모임 '관훈클럽'은 이제 환갑을 바라보는 대한민국 최고의 언론단체로 성장했다. 1970년대 동아일보 편집국장으로서 유신독재에 정론과 무사설로 맞서 자유언론 수호에 앞장서다 결국 해외 특파원으로 쫓겨났고, 10ㆍ26 이후 '서울의 봄' 정치, 언론 민주화를 주도한 동아일보의 박권상 논설주간 편집인은 1980년 신군부의 언론탄압에 의해 강제해직되어 펜을 잃고 10여년 반망명 유랑인의 인생 역경 속에서도 세계 각처의 대학과 연구기관을 찾아 자유언론에 대한 탐구를 놓지 않는다. 품격 있는 심층 정론 시사잡지의 발행을 기획하여 1989년 한국 최초의 정통 시사주간지 시사저널을 창간한 이후, 1990년대 자유기고가로서 많은 독자에게 공감을 주는 '박권상 시론'을 집필하며 맹활약 하였다.

언론 현장에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공부하며, 국내외 여러 대학에서 매스미디어의 이론과 현실에 대한 강의를 진행한 언론인이자 언론학자로서 20편이 넘는 저서를 냈다. 그가 지난 2014년 2월 타계한 뒤 그와 언론을 함께 하고 토론한 동료들과 그에게서 언론을 배운 후배들이 모여 그가 남긴 2000여 편의 글 가운데 '언론'을 주제로 한 960여 편에서 정선을 거듭한 끝에 34편의 원고를 묶어 '박권상 언론학'을 출간했다. 이 책은 평생 뼛속깊이 기자, 언론인을 가장 자랑스러운 일로 여기며 살아온 그가 오늘의 언론과 언론인에게 자유언론의 의미와 길을 다시 묻고 있다. 이 책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다. 현재 한국 언론이 나아가야 할 길, 그 답을 담고 있다. 언론이 정치적 경제적 집단적 권력의 통제에 묶여 있는 한 절대로 바른 언론이 태어날 수 없다. 박권상 선생과 동시대를 살아낸 독자들뿐만 아니라 지금 이 시대, 진정한 언론에 대해 고민하며 참다운 저널리스트 '무관의 제왕'을 꿈꾸는 청춘들에게 훌륭한 지침서이자 언론학 서적, 현대 언론 역사서, 이론서, 철학서가 될 것이다.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