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유일 김수근 작품 '아트스페이스' 원형 보존
옹벽 붕괴 등 민원제기 담벼락 헐고 신축 검토
전문가 "건축물 보존가치 커" 리모델링 '복원'
전문가 "건축물 보존가치 커" 리모델링 '복원'
2015년 06월 15일(월) 00:00 |
![]() 지난 4월부터 현재까지 2개월 동안 담벼락 복원작업을 통해 최근 완공된 모습. |
지난 12일 찾은 광주 남구 구동 12번지 빛고을시민문화관 뒷편에 자리잡은 별관 아트스페이스(옛 전남도체육회관). '우리나라 현대 건축 1세대'로 평가받고 있는 김수근의 건축물 일부를 원형 그대로 보존하기 위한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곳은 1965년 당시 제46회 전국체육대회 개최를 계기로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의 전남도체육회관으로 세워진 건축물이다. 붉은 벽돌을 주 외장재로 한 이 건물은 체육회관이라는 기능을 수용하면서 주변 암반과 자연지형을 절묘하게 극복, 자연ㆍ주변과의 조화를 이룬 김수근의 건축물이다. '벽돌'을 가장 인간적이고 한국적인 건축재료라고 말한 김수근의 건축물은 그동안 빛고을시민문화관 별관으로서 자리를 지켜왔다.
광주시는 최대한 김수근의 작품을 보존한다는 원칙 아래 공간 활용, 유지 관리를 위한 리모델링 공사에 착수했다. 아트스페이스를 관리하는 광주문화재단은 시비 2000여 만원을 확보해 지난 4월부터 현재까지 2개월 동안 별관 아트스페이스 담벼락 복원사업을 추진했다.
당초 이 사업은 옹벽 붕괴를 우려하는 민원이 제기되면서 원형 그대로 보존하기 보다는 전부 헐고 새롭게 신축한다는 밑그림을 그렸다. 담벼락 위에 식재돼 있는 대나무 숲이 우거진 공간에서 시민들이 버린 생활 쓰레기가 2톤 가량이 나와 주변 정화차원에서 신축에 무게가 실리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건축가 강형구ㆍ박홍근 교수가 "지역에서 유일한 거장 김수근의 건축물이 헐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밀어 없애기 보다는 1%의 희망이 있다면 보존해야 한다. 지역민이 그 가치를 몰랐을 때는 그렇다 치더라도 이 건축물에 대한 가치를 잘 인식해 관리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그림1중앙>
광주문화재단은 두 교수의 의견을 토대로 신축 대신, 원형 보존에 초점을 맞춘 복원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달 10일부터 옹벽을 감싸고 있는 붉은 벽돌을 전부 허물었다. 수십여 년의 세월이 고스란히 묻은 붉은 벽돌은 폐기하지 않고 재활용하기로 했다. 벽돌 사이마다 끼여 있는 이끼와 시멘트 등을 일일이 제거했다. 수백여 개의 붉은 벽돌을 쌓기 전에 철근 콘크리트를 세우는 기초 작업에 들어갔다. 이 작업은 철근 구조를 세운 뒤 시멘트를 붓고 건조할 때까지 기다려야 했기 때문에 장기간에 걸쳐 진행됐다.
옹벽을 감싸는 담벼락 복원작업은 깨지거나 조각난 붉은 벽돌조차 형태를 그대로 복원해 수작업으로 쌓아 올렸다. 높이 1.5m, 전체 길이 15m 가량의 담벼락이 완공됐다.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소나무와 철쭉 등도 식재했다.
김홍석 빛고을시민문화관 관장은 "김수근의 건축물의 일부를 복원하는 작업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며 "주변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룬 아트스페이스가 문화예술인 뿐만 아니라 광주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글ㆍ사진=주정화 기자 jhjo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