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을 위한 자기계발
아툴 가완디 l '어떻게 죽을 것인가'
2015년 08월 04일(화) 00:00

최근 아들과 함께 '트립 투 이탈리아'라는 영화를 보았다. 한국으로 치자면 유재석과 김구라가 하는 먹방에 현란한 인문학적 수사가 곁들여진 로드 무비정도였달까. 역시 새파란 청춘은 이태리 파스타를 먹으러 다니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아주 '맛있게' 보았다고 하였는데 정작 필자는 영화의 마지막 지중해의 서늘한 푸른 바다에서 인생무상을 떠올리며 그 남자들이 왜 시인 바이런의 죽음을 따라 여행하는 것인지 처연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인생의 노년과 죽음이 그리 허망한 것이라면 우리의 삶 또한 쓸쓸한 부표와 같은 것일텐데.

"혼자 살 수 없는 시간이 찾아 온다." 하버드 대학의 의사인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의 첫장 타이틀부터 만만치 않게 마음이 무거워졌다. 얼마 전에 노인 요양시설에 맡기게 된 친정 어머니의 생각으로 울컥 하는 마음이 든 것이다. 얇지는 않은 책이나 구절마다 공감이 넘치는 내용이다. 의료의 첨단을 걷는 하버드 대학의 의사도 부모의 죽음에 대한 대처에서는 필자와 별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 서글프게 느껴지기도 했다.

"누구나 마지막까지 가치있는 삶을 살고싶어 한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우리 각자의 인생은 하나의 장편 서사이며 편안한 끝을 원한다. 그러나 우리 시대에는 그런 평안한 끝을 스스로의 결정으로 마무리하기는 힘들다.

필자의 조부모들은 집에서 숨을 거두셨다. 할아버지는 자식들이 모두 모이는 명절을 앞두고 스스로 곡기를 끊으시고 삶을 마무리하셨다. 기억 속의 할아버지는 고통스러운 모습이 아니라 평안하고 고요한 모습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우리의 부모 세대들은 결코 그런 평온한 죽음을 맞이 하기 힘들다. 많은 노인들이 요양원이나 중환자실과 같은 시설에서 외롭게 살다가 죽어 간다. 필자와 같은 가족들은 그들의 승인을 받고서야 가족을 만날 수가 있다. 가족을 만나고 오는 발걸음 끝에 노년과 삶의 정리에 많은 생각을 하지만 다시 생활의 전선에 서면 그런 생각은 접어두고 다시 현재를 어떻게 방어할 것인가에 온 힘을 다한다.

저자는 생전 죽지 않을 것처럼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돌아보고 죽음을 잘 받아들이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먼저 죽음을 인정해야 인간다운 마무리를 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의학의 맹점에 대한 반성, 특히 연명치료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부분은 미래의 노년들이 잘 보아야 할 내용이기도 할 것이다. 죽음을 눈앞에 둔 가족의 정신적ㆍ육체적 고통을 줄이고 마지막 순간을 편안하게 맞도록 하기 위해서 갖춰야 할 사회적 장치에 대한 미국사회의 조언도 함께 보면 좋을 것이다.

"추억을 나누어 주고 애정이 담긴 물건과 지혜를 물려 주고 관계를 회복하고 이 세상에 무엇을 남길지 결정하고 신과 화해하고 남겨진 사람들이 괜찮으리란 걸 확실히 해두고" 싶어하는 것이 죽음을 앞둔 자의 역할이라고 말하고 있다. 건강하게 노인 대학에 다니고 약봉지 들고 여행다니는 것에 덧붙여 위의 내용을 실천하면 좋을 것이다. 저 내용중 몇 개의 내용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지. 잘 죽는 일은 결국 잘 사는 일인 것 같다.

박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