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청소년을 위해 사랑 노래 계속할 것"
한지연 전남도교육청 청소년 상담가, 두 번째 시집 발간||하올, 그대 기다리는 별이되어…인간에 대한 사랑 담은 시 120편 수록||전직 간호사 출신, 근무 중 환자 중 대부분이 마음의 고통||육신보다는 마음의 고통치유에 나서겠다 다짐||15년간 광주시, 전남도교육청서 방황하는 청소년 상담 맡아
2018년 09월 06일(목)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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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상담가로 업을 바꾸면서 부모의 사랑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결핍, 특히 부모의 사랑이 결핍된 아이들에게 내가 줄 수 있는 것은 부모를 대신한 사랑이었습니다. 그 마음을 시집 속에 담았습니다."

시인이자 청소년 상담가 한지연(49)씨가 두번째 시집 '하올, 그대 기다리는 별이되어'를 발간했다.

시집 속에는 일상 중 떠오르는 시적 영감을 틈틈이 기록한 시 120여편이 수록돼 있다. 표제 '하올, 그대 기다리는 별이되어'에는 외로움이 가득 묻어있다. '상담가'로서 살아가야 하는 한씨의 직업적 숙명도 엿볼 수 있다.

한씨는 청소년 상담가다. 광주시교육청서 5년, 현재 소속돼 있는 전남도교육청에서 8년 등 15년째 상담만 해오고 있다. 세상이나 사람과의 단절, 지독한 고립 속에서 방황하는 청소년의 마음에 귀 기울이고 달래주는 일이 그의 역할이다.

상담가 전에 그의 직업 간호사였다. 10년간 병원에서 아픈 육신들을 치유하는 일을 했던 그가 상담가로 전직한 이유가 궁금했다.

"어린 자녀들을 남기고 암으로 죽음을 맞은 엄마를 보게 됐어요. 차마 통곡하지 못하는 고통이 느껴졌습니다. 인간의 아픔이란 육체적인 고통은 정신적인 것에 비교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육체적 고통은 약물로 치료라도 할 수 있잖아요."

정신적인 고통을 치유하는 일에 동참해야겠다는 결심이 설 무렵인 2005년 법원에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상담할 봉사기회가 주어졌다. 부모와 심한 갈등을 겪는 청소년,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청소년들을 조정하는 일을 하면서 그들이 사회적으로 상생해가는 모습을 보고 진한 감동과 보람이 밀려왔다.

학부 4년, 대학원 2년 등 상담전문가로서 새로운 이력을 만들어갔다. 특히 13년째 교육청에서 마음이 아픈 청소년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고통을 덜어주는 일은 한씨에게 인간의 근본적인 고통을 승화시켜주는 것은 사랑밖에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고, 이 사랑은 한씨의 시의 주제가 됐다.

"요즘 아이들은 참 각박한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어요. 양질의 양육을 해야 하는데 맞벌이 가정이 대부분이다 보니 부모 사랑의 결핍을 물질적으로 충족해주고 있죠. 게다가 학교는 어때요? 교사들을 억압하는 요소가 도처에 널려있나 보니 교사들도 아이들에게 방어적이잖아요. "

재판관 앞에 서는 아이들이 1년에 5000명이 넘는 세상이다. 마음이 아픈 아이들을 진정으로 보듬을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마련돼야 하지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사랑'이다.

2015년 창조문학을 통해 등단한 한씨는 전편에 이어 이번에도 '사랑'을 화두로 한 시집을 발간했다. 상담하고 나서 느끼는 감정들을 낙서처럼 기록한 것을 묶어냈다.

전형철 문학평론가는 "한지연 시인은 단절이라는 지독한 고립 속에서 석양이 질 때까지 바람과 밀담을 나누며 외로움의 망명을 떠나는 시인"이라며 "정갈함이 묻어나는 한 시인의 언어는 자연사와 인간사의 유추적인 관계를 직관적으로 파헤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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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