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변
2018년 11월 28일(수) 14:24
서양의 철학자들 중에는 '소피스트'라 불리는 이들이 있다. 원래 그리스어로 '알고 있는 사람', '지식을 주고 가르치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이들은 교묘한 논리를 갖추고서, 일반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를 가지고 사람들의 정신을 어지럽게 했다.

'당신이 무엇을 잃어버리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당신이 그것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하여 뿔피리를 잃어버리지 않았다면 뿔피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식의 논리 전개다. 소피스트가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해 '궤변가'라는 부정적 의미로 사용된 연유다. 그래도 나름의 논리를 바탕으로 한 궤변이다. 궤변의 논리적 모순을 깨기 위해 논리학이 발달했을 정도다.

요즘 '광주형 일자리'가 뜨거운 감자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궤변'이 판친다. 광주가 아닌 군산, 울산 등 '제3 지역 추진'을 해야 한다거나 모든 지역을 대상으로 공모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정치권의 움직임 때문이다.

얼핏 그럴싸하다. 그런데 논리가 없다. 오히려 큰 소리로 제 주장을 우기는 것처럼 들릴 뿐이다. 그들의 이야기가 설득을 얻기 위해서는 '광주형 일자리'가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광주이기 때문'이어야 한다. 유독 광주지역 사회, 혹은 이 지역 노동계 만이 '광주형 일자리'를 반대해야 한다는 의미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노조의 반발이 상당하다. 과잉 중복투자이고, 양질의 일자리를 쪼개 저임금 일자리를 양산한다는 등이 노조가 반발하는 이유다. '광주라는 지역에서 추진되는 사업'이어서 반대하고 있지 않다는 이야기다.

제3 지역 추진 등에 대해 현대차 노조가 "광주형 일자리는 제3 지역 추진이나 공모제 전환을 해서는 안 되며, 완전히 폐기돼야 한다"고 반발한 것도 같은 맥락일 터다.

유독 정치권 만이 '광주여서 안 되는 것'처럼 '궤변'으로 모든 책임을 광주로 돌리려 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오히려 교묘한 지역주의에 편승한 그들만의 '정치'일 뿐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노사민정 대타협이 기본정신이다. 광주를 탓하고 노조만을 탓할 일은 아니란 이야기다. 사측에 해당하는 현대차에 대한 질책이 없는 현실, 광주형 일자리의 성공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아쉬울 뿐이다.

홍성장 기자 seongjang.h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