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수리부엉이 가족 곡성서 포착
오산면 연화산 용주사서 발견…새끼 2마리 등 1년 성장||부와 복 상징…회일 스님 “대한민국에 좋은 일 많았으면”
2018년 12월 11일(화) 15:12

곡성 연화산 용주사에서 최근 발견된 수리부엉이 한 쌍이 경계심을 보이며 주변을 살펴보고 있다. 곡성 용주사 회일 스님 제공

천연기념물 324호 수리부엉이가 곡성 오산면 연화산 용주사에서 카메라에 포착됐다.

'밤의 제왕'으로 불리는 수리부엉이는 야간에만 사냥하는 맹금류로, 먹이사슬 최상위에 있는 텃새다. 멸종위기 2급으로 지정될 만큼 보기 힘든 새이기도 하다.

곡성 용주사 주지 회일 스님은 최근 연화산 일대 바위에서 1년여에 걸쳐 수리부엉이 가족을 촬영한 영상을 전남일보에 제공했다.

영상에는 갓 부화한 수리부엉이 새끼 2마리가 솜털에 덮여 둥지에서 생활하는 봄부터 완연한 성체가 돼 스스로 사냥을 하는 가을철 모습까지 1년여간 수리부엉이의 성장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야간에 사냥을 앞둔 붉은 눈빛이 선명하게 빛나는 모습도 포착됐다.

새끼들은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다 주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듯 고개를 돌려 다른 곳을 응시하거나 조는 듯 따스한 햇볕을 즐기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이와 달리 어미 부엉이는 새끼들에게 먹이를 줄 때만 둥지에 모습을 나타내고 평상시에는 한번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곡성 오산면 용주사 뒤편 바위 위에서 가을 햇살을 즐기는 수리부엉이 새끼. 지난 봄에 부화한 이 부엉이는 가을이 되면서 새로운 서식처를 찾아 용주사를 떠났다. 용주사 회일 스님 제공

회일 스님은 "올봄부터 연화산 부엉이바위 위에 부엉이 가족이 나타나 새끼까지 부화했다"며 지금은 다 자란 새끼들은 어디론가 떠났고 어미 부엉이만 새벽이면 사냥을 하는 듯 돌아다니고 있다"고 밝혔다.

회일 스님은 또 "어린 시절에는 새끼 부엉이들이 극도로 경계심을 가져 가까이 갈 수 없었지만 커가면서 바로 옆에 다가가도 괜찮을 정도로 친숙해졌다"며 "텃새인 만큼 내년에도 다시 새끼 부엉이들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리부엉이는 먹이를 물어다가 쌓아두는 습성 때문에 부(富)와 복(福)을 상징하는 길조로 알려져 있다. 선조들은 '부엉이 살림' '부엉이 곳간'이라는 표현을 통해 부엉이를 재물을 불러오는 복덩이로 여겼다.

회일 스님은 "수리부엉이는 오래전부터 조상들에게 길조로 인식됐다"며 "수리부엉이가 연화산에 오랫동안 번식해 오산면과 곡성군은 물론 대한민국에 좋은 일들을 많이 가져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곡성=박철규 기자 cg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