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01월 14일(월) 16:48 |
1883년 8월 27일.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섬에서 대규모 화산이 폭발했다. 이날 아침 10시 2분 마지막 대폭발이 일어난 뒤 섬은 산산이 부서졌고 세상에서 모습이 사라졌다. 이 폭발로 자바섬 165개 마을이 폐허가 됐으며 3만6000여 명이 한순간에 목숨을 잃었다. 당시 폭발력은 원자폭탄 100만개에 달했고 폭발 소리도 지구 표면의 7%에서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지구마저 뒤흔들릴 정도였다. 폭발로 만들어진 거대한 파도는 지구를 반 바퀴나 돌아 영국해협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1927년 6월 마지막 주. 크라카타우 산이 대폭발로 지구상에서 사라진 그 바다에 작은 화산섬 하나가 홀연히 모습을 드러냈다. 화산이 폭발해 사라진 자리에 크라카타우의 자식, '아낙 크라카타우'가 솟아올랐던 것이다. 하지만 이 섬의 운명도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달 22일 화산이 폭발하면서 섬의 3분의 2가 또다시 바다에 잠겼다. 화산활동이 해저 산사태를 일으키고 이것이 거대한 쓰나미로 이어져 수많은 인명피해도 가져왔다.
크라카타우에 지각변동이 잦은 것은 지구 내부의 용암과 지각의 움직임이 활발하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일대는 무겁고 차가운 대양판이 가볍고 따뜻한 대륙판과 만나는 '지질학적 칵테일'을 이루고 있다. 그것이 때로는 화산으로 때로는 지진으로, 쓰나미로 이어진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있어 화산분화에 따른 온갖 재난이 자주 발생한다. 2018년 한 해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자연재해만 2500여 건에 이른다고 한다.
지난 12월 화산 폭발로 가라앉았던 아낙 크라카타우섬이 보름여 만에 다시 해수면 위로 솟아오르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진이나 화산 같은 자연재해는 지구상 생명체에게 가혹한 현실이지만 지구 자체로는 에너지를 순환시키고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과정이다. 바다에 가라앉은 크라카타우섬이 불과 40년 만에 다시 태어났듯, 새롭게 떠오른 어린 섬에도 언젠가는 숲이 등장하고 뭇 생명체가 깃들 것이다. 형언하기 힘든 끔찍한 재난이 만들어낸 작은 섬이 희망과 함께 위대한 자연의 섭리를 다시 한번 일깨우고 있다.
이용환 전남취재본부 부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