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적인 부 얻으면 행복할 줄 알았죠"
신창운 작가 '욕망시리즈' 모으는 마한지 이형철(56)사장
2019년 01월 28일(월) 18:29

이형철(56)마한지 대표

광주 동구 숯불구이 전문점 마한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10호 크기의 작품 한점이 눈에 들어온다. 종교를 상징하는 십자가, 만(卍)자, 황금소, 각종 명품 로고가 망망한 우주를 부유하듯 작품 속을 떠 다닌다. 마한지는 인간이 가지는 욕망을 주제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신창운 작가의 '욕망 시리즈'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문화는 커녕 주변을 돌아볼 여유도 없이 30년간 요식업에만 종사했다는 이형철(56)마한지 대표가 처음으로 미술작품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신 작가의 '욕망 시리즈' 덕분이었다.

"30년 전 대학을 졸업하고 요식업에 뛰어들었어요. 새벽별 뜰 때 출근해 밤 12시가 넘어 귀가하는 생활을 십 수년간 했죠. 10번이 넘도록 이사를 다니고, 돈이 없어 겪는 설움을 다 경험해봤어요. 설움에서 벗어나려고 더 치열하게 살다보니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전혀 없었습니다. "

물질적인 부를 축적하면 다른 세상이 있을 줄 알았다. 본인 이름 앞으로 된 번듯한 음식점이 생겼고 좋은 집도 장만했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경제적인 부도 이루었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허했다고 한다. 물질이 행복을 가늠하는 척도가 아니더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할 무렵 신창운 작가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10여년 전 우리 식당에서 일하는 직원 한 명이 눈에 띄었어요. 숯을 만드는 일을 했던 직원이었는데 일이 서툰데 정말 열심히 하더라고요. 늘 눈여겨 봤죠. 하루는 그 직원의 뒷모습을 보는데, 등에 하얀 소금기가 묻어있더라고요. 흠뻑 젖은 땀이 말라서 만들어진 소금이었요."

일이 서툰 모습이 분명 이 일을 했던 사람은 아닌것 같았다. 한 번은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차 한잔 하자고 했다. 직원은 어렵게 자신에 대해 말을 했다. 전업작가인데, 가장으로서도 역할을 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미술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전업작가에게는 득보다 실이 많다는 신 작가의 말에서 상업적인 예술인이 아님을 알았다. 자녀를 양육하는 방식, 예술가로서의 책임과 의무, 사회에 대한 인식, 자기분야에 대한 비판 등 소신껏 풀어내는 신 작가의 이야기가 마음에 와닿았다.

"자기일에 열중하기 위해 또 다른 일을 찾아내는 느낌이었어요. 그의 치열한 일상과 삶에 대한 철학이 작품 속에 어떻게 나타나 있을까 점점 궁금해졌죠."

미술쪽엔 문외한이었지만, 신 작가와의 인연이 계기가 되면서 전시장을 찾았다. 이글거리는 불덩어리 속엔 인간의 욕망이, 변형된 십자가엔 왜곡된 종교가, 재가 된 명품로고엔 욕망의 공허함이 담겨있었다. '생계'라는 당연한 이유가 있었지만, 한때 물질적 부가 삶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어 신 작가의 작품에 깊은 공감을 할 수 있었다.

"신 작가는 삶에 대한 진지함, 예술인으로서의 사명감 등 배울점이 많은 친구였습니다.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기면서, 내 사업장에서 일하는 직원들, 내가 사는 동네의 주민들의 삶이 좋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그 친구를 보며 더욱 확고해 졌다고 할까요?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고 나서는 물질적인 부가 가져다주는 행복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됐어요. 삶이 훨씬 풍요로워 졌지요."

신창운 작가의 '욕망시리즈'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