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명예도…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광주 조대여고 교정서 ‘임을 위한 행진곡’ 울려 퍼져 ‘눈길’||5·18 39주년 기념식 앞두고 전 학년 음악수업시간 활용 교육||“5·18 역사 왜곡,폄훼 심각… 5·18 제대로 아는 계기 되길”
2019년 05월 14일(화) 17:41 |
![]() 5·18 광주민주화운동 39주년을 나흘 앞둔 14일 광주 조선대학교여자고등학교 음악실에서 1학년 8반 학생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힘차게 부르고 있다. |
39번째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나흘 앞두고 광주지역 학교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뜨거운 열망을 노래한 '임을 위한 행진곡'이 교정 가득 울려 퍼졌다.
14일 오후 광주 조선대학교 여자고등학교 내 음악실. 1학년 8반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음악 교사의 지휘에 맞춰 임을 위한 행진곡을 힘차게 불렀다. 임을 위한 행진곡 노래의 울림이 학생들의 마음도 울리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노래를 부르면서 하나둘 주먹을 불끈 쥐고 위아래로 흔들었다.
조대여고는 5·18 39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지난주부터 전 학급이 음악수업 시간을 이용해 임을 위한 행진곡 노래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학교 측은 1980년 오월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학생들이 '음악'을 통해 5·18 민주화운동을 자연스럽게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했다. 특히 최근 5·18 역사 왜곡, 폄훼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5·18 역사에 대해 제대로 알고, 관심 갖게 하자는 의미가 컸다.
장병훈 조대여고 교장은 "우리 학생들에게 오월 정신과 가치를 새기게 하기 위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연습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노래라는 것은 어렸을 때 한번 배우면 나이가 들어서도 오래도록 영원히 기억 속에 남고, 자연스럽게 입으로 불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지도하고 있는 조주은 (25,여) 음악 교사는 음악 수업에 들어가기 전에, 임을 위한 행진곡이 어떻게 쓰여졌는지 등 탄생 유래와 5·18 역사에 대해 교육을 하고 있다.
조 교사는 "아이들과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면서 저 또한 80년 5월 영령들에 대해 추모하고, 5·18 민주화운동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귀한 시간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단순히 노래를 부르는 것을 넘어, 역사의식을 고취하는 계기 됐다.
이다은 (1학년 8반) 학생은 "그동안 임을 위한 행진곡을 들어보기만 했는데, 어떻게 이 곡이 만들어졌는지에 대해선 잘 몰랐었다"면서 "음악 시간을 통해 1982년 망월동 묘지에서 영혼들의 결혼식이 치러진 후 넋을 위로하기 위해 만들어진 노래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황다현 학생도 "5·18 정신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됐고, 감명받았다"면서 "주말에 5·18 국립민주묘지를 직접 찾아 추모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연습한 임을 위한 행진곡은 오는 17일 학교 전체 학급에서 불릴 예정이다. 학교 측은 주말인 5·18 이전인 17일 전 학급에서 5·18 관련 영상을 시청하고 서로 소감을 나누는 한편, 전 학생이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하기로 했다.
장 교장은 "최근 보수단체에서 5·18 역사 왜곡, 폄훼가 심각한 상황이다"라면서 "'문화'로 인한 학습의 효과는 무척 크다. 학생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역사에 대해 바로 알고 역사 왜곡에 대해 대응해 나갈 수 있게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 당시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 열사와 노동운동 중 사망한 박기순 열사의 82년 영혼결혼식을 그리는 노래극에 들어 있는 합창곡이다. 두 사람은 전남대 선후배 사이였고 당시 광주 서구 광천동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들불야학'의 동지였다.
당시 전남대 학생이었던 김종률(전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씨가 황석영이 작사한 노랫말(원작 백기완의 시 '묏비나리')에 곡을 붙였다.
박수진 기자 suji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