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기념일에 "유공자 명단 까!" 보수 이름에도 먹칠
17일에도 전남대서 집회… 5·18 당일 광주 집회는 최초||“날로 심해지는 역사 왜곡·폄훼… 부정 처벌법 제정해야”
2019년 05월 19일(일) 17:43
5·18 민주화운동 39주기 기념식이 열린 18일 민주화의 성지인 광주 동구 금남로 일대에서 자유연대·턴라이트·자유대한호국단 등 보수 성향 단체가 '5·18 유공자 명단 공개'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뉴시스
대한민국의 제1야당이자 보수 정당의 대표는 물세례를 맞으면서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했지만, 보수 성향이라 주장하는 일부 단체는 민주화의 성지인 금남로에서 역사 왜곡과 폄훼를 멈추지 않았다.

5·18민주화운동 39주기를 맞은 지난 18일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자유연대·턴라이트·자유대한호국단 등 단체 회원 1000여명이 '5·18 유공자명단 공개'를 촉구하는 규탄 집회를 열었다.

5월18일 기념일 당일에 보수 단체가 광주에서 집회를 연 것은 5·18이 발생한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자식들 죽음을 나눠 먹는 가짜 유공자를 색출해야 한다"며 "5·18 유공자 명단을 공개하라"고 소리쳤다.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등 정치인을 타깃으로 삼고 "5·18민주화는 김대중, 문재인에게만 좋은 민주화다. 길거리에서 자식들을 죽게 만들고 광주가 부자가 됐느냐, 광주가 바뀔 때까지 시민들을 일깨우자"는 등의 막말을 쏟아냈다.

눈살을 찌푸리며 이들의 집회를 바라보던 정일훈(33·광주 서구 치평동)씨는 "목적이 있어서 저런 행동은 하는 것이건, 정말 역사를 잘못 알고 있어서 하는 행동이건 용서할 수 없다"며 "보수 단체라고 하는데 '보수'의 뜻을 제대로 알고 있기는 한 것인지 의문이고 저런 행동은 보수라는 이름에도 먹칠을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턴라이트 강민구 대표와 자유대한호국단 오상종 단장 등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5·18을 폄훼하려는 의도는 없다"고 밝혔지만, 이날 집회에서 쏟아진 망언들을 보면 그 말이 거짓임을 누구라도 알수 있었다.

실제로 광주 집회에서 매번 연단에 서고 있는 안모씨는 이날도 "빨갱이 새끼들아" 등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외치며 광주와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했다.

이들은 기념식 전날인 지난 17일에도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후문 인근에서 집회를 연 바 있다.

당시 전남대 교수회, 학생단체, 총동창회 등은 보수 단체의 집회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5·18 추모 기간에 전남대에서 집회를 여는 것은 '제사상을 걷어차겠다'는 패륜 행위"라고 비판하며 역사왜곡처벌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틀간의 집회에서 보수 단체에 대한 광주 시민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양측 간 언쟁이 발생했지만, 물리적 충돌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들은 당초 17일 오후 전남대, 18일 오전 국립5·18민주묘지, 오후 금남로에서 3차례 집회를 예고했지만 17일 전남대와 18일 금남로에서만 집회를 진행했다.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