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노무현'이 그립다
2019년 05월 21일(화) 17:09 |
부산에서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던 노무현은 1988년 제13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부산 동구에 출마해 국회의원에 처음 당선된다. 제14대 선거에서는 YS의 3당 합당에 합류하지 않아 부산에서 낙선한다. 1995년에는 제1회 지방선거에 민주당 공천을 받아 부산시장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이듬해 제15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서울 종로에 출마해 또 낙선한다. 2000년에는 부산에서 새천년민주당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해 다시 떨어졌다. 그는 YS당 후보가 아니면 부산에서 낙선할 줄을 뻔히 알면서도 잇따라 부딪쳤다. 이로 인해 '바보 노무현'이란 별명이 붙었다. 그의 우직한 뚝심에 사람들이 감동했다. 마침내 그는 2000년 제16대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었다.
대통령이 됐으나 기득권 세력은 상고 출신 비주류인 그를 냉소적으로 대하면서 끊임없이 흔들었다. 그래도 그는 흔들리지 않고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 남북 화해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노력했다. 세종에 행정수도를 조성하고, 전국 각지에 혁신도시를 만들어 공공기관을 이전하는 등 지방분권 정책에도 앞장섰다. 대통령의 권위도 모두 내려놓았다. 그는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퇴임 후 서울에 남지 않고 지방으로 내려갔다. 고향 봉하마을에서 자전거에 손녀를 태우고 가는 인자한 할아버지의 모습으로 그는 우리의 기억 속에 살아 있다.
내일은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10주년이 되는 날이다. 봉하마을에서는 추도식이 성대하게 열린다. 10주기를 맞아 그를 다룬 영화도 잇따라 개봉됐다. 그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고 했다. 어수선한 5·18 39주년을 보내면서 이 말을 실감한다. 불현듯 '바보 노무현'이 그립다.
박상수 주필 sspark@jnilbo.com
박상수 기자 ss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