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차의 세계화
2019년 05월 27일(월) 14:10


"촘촘한 잎 눈과 싸워 겨우내 푸르고, 흰 꽃은 서리에 씻겨 가을 떨기 피우더라…" 차를 유난히 사랑했던 초의 스님이 동다송에 쓴 차나무 예찬이다. 다성으로 불리던 초의는 해남 대흥사 일지암에서 수행하면서 우리 차의 우수성을 설파했다. 차에 대한 승려들의 무지를 일깨우기 위해 '다신전'을 펴내기도 했다. 다산 정약용도 차의 멋과 맛을 아는 다인이었다. 유배지인 강진 귤동마을 뒷산인 다산을 호로 썼던 그는 직접 차를 만들고 차실을 지어 풍류를 즐겼다.

차의 미덕은 '삶의 여백'이다. 맑은 기운과 따뜻한 온기를 즐기다 보면 누구나 잊고 지냈던 인간의 본성을 찾을 수 있다. 초의가 '차를 마시면 수행이 따로 필요 없다'고 한 이유다. 색깔과 맛, 향기 등 차의 3가지 덕성을 좇다 보면 여유와 함께 삶의 철학도 깨닫게 해 준다. 상처받은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고 소통하는 매개물로도 가치가 높다. 찻잎에 풍부한 카테킨이 중금속 해독과 간 보호, 활성산소 제거, 항산화 작용, 암 예방에 탁월하다는 연구 결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차로 유명한 곳은 보성이다. 바다와 가깝고, 습도와 온도가 차 재배에 적합한 보성은 서기 500년대 초부터 차를 재배해 온 우리나라 최대의 차 주산지이자 차 문화의 본고장이다. 국내 처음으로 '지리적 표시 특산물 1호'로 등록되기도 했다. 곡우 이전에 딴 우전차나 곡우와 입하 사이에 수확한 세작 등도 차 맛이 깊고 향기가 그윽해서 인기가 높다. 민선 7기 들어서는 과거 1세대 녹차 산업인 마시는 녹차를 넘어 힐링의 음식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보성 차가 오는 6월부터 국제기구인 유네스코 국제이해교육원에 선보인다는 소식이다. 이번에 유네스코에 공급되는 보성 차는 보성차생산자조합이 개발한 블랜딩 차로, 국제 행사나 컨벤션 등에서 선물용 등으로 사용된다. 특히 보성군이 개발한 블랜딩 차 3종 세트는 머리를 맑게 해주는 생각차, 누구나 즐기는 공유차, 실천차 등 3가지로 구성돼 평화와 공유의 의미까지 담았다. 1세대 녹차산업을 넘어 평화의 가치까지 담겠다는 3세대 녹차산업의 첫걸음일까. 보성차의 세계화가 반갑고 듬직하다. 전남취재본부 부국장

이용환 기자 yh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