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공연이 광주를 대표하는가?
2019년 07월 22일(월) 15:21 |
그들 어깨 위엔 수영대회 전까지 '광주를 대표하는' 공연을 만들어야 한다는 일종의 책무가 묵직이 얹혔다. '예향‧문화 도시 광주'를 만들고자 단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브랜드 공연'을 외치며 '광주만의' 것을 발굴해 내느라 정신 없었다.
그 어느 때보다 홍보에도 열을 올렸다. 거리엔 '브랜드 공연'을 홍보하는 전단이 줄지어 걸렸고, 버스 의자에 앉아서도 '광주세계수영대회 성공 개최를 기념'하는 공연의 광고를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나름의 노력 덕에 많은 사람들이 무료로 혹은 저렴한 가격에 공연을 즐겼다.
사실 시의 지원을 받으며 '브랜드 공연'으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예술단체들의 볼멘소리도 적지 않다. 그건 광주가 다른 지자체에 비해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과 투자가 거의 없다시피한 까닭일터다. 세계수영대회를 앞두고 부랴부랴 예산을 투입해 구색을 갖춰보려는 노력도 나쁘게 볼 수 만은 없다.
지난 18일부터 광주소극장연극축제가 시작됐다. 광주 지역 소극장을 활성화하고자 기획된 축제로 22년 째 이어져오고 있다. 극단 5개의 작품이 3개의 소극장에 올려졌다. 하지만 이 축제 앞에는 '광주세계수영대회 성공개최 기념' 명패가 붙지 않았다. 그들이 정말 수영대회의 성공을 바라지 않아서일까?
축제를 제대로 진행하려면 최소 4000만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27일까지 진행되는 축제의 전체 지원금은 600만원 남짓. '광주세계수영대회 성공개최 기념' 명패를 걸고 작은 홍보 효과라도 내고 싶지만, 역시 시의 절차를 거쳐야 가능한 일이다.
결국 전통있는 광주소극장연극축제는 참여 단체들의 희생으로 겨우겨우 축제의 명맥을 이어나가는 셈이다.
현재 광주에만 대여섯개의 소극장이 있고, 왕성히 활동하는 연극인만 5,60명에 달한다. 연극인들은 돈에 초월(?)한 지 오래다. 그들은 오직 연극에 대한 애정으로 모여 광주 지역 연극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 않게끔 혼신의 힘을 다할 뿐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대한민국연극제가 지난 6월 열렸다. 전국 16개 시도에서 대한민국연극제 본선 참여와 예선 경연 연극제의 예산을 지원한다. 하지만 광주시 지원금은 전국 평균의 40%도 되지 않는다. 이런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광주 연극인들은 대한민국연극제에서 두 번이나 대통령상을 수상한 바 있다.
무엇이 광주의 브랜드 공연인가? 여기서 잠깐!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홍보 영상을 떠올려보자. '민주‧인권‧평화'의 도시 광주에서, '예향'의 도시 광주에서 왜 어떤 공연은 광주를 대표'하지 못하는' 것일까?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