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말살 현장에서 열린 뜻깊은 '단죄문' 제막식
광주시, 옛 일본 신사 터에 설치
2019년 08월 08일(목) 16:53

광주시가 어제 광주공원 계단에서 '친일잔재 청산 단죄문 제막식'을 가졌다. 일제가 일본 왕을 신격화하며 신사 참배를 강요하던 '민족말살의 현장'에 단죄문을 설치해 일제 잔재 청산의 의지를 다진 것이다. 단죄문에는 "광복을 맞이해 신사는 파괴됐고 현충탑이 세워졌다. 올바른 역사를 알리고 정의를 바로 세우고자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날 제막식에는 강제징용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양 할머니는 식민지 시절 독립군이 불렀던 애국가를 끝까지 불렀다. 이날 참석자들은 또 광주공원 한켠에 있는 일본 협력자의 비석이 모아진 비석군을 찾아 그날의 아픔을 잊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광주시는 이날 단죄문 설치를 시작으로 지역에 남아있는 친일 잔재물을 모두 청산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광주시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광주에는 65곳의 유·무형 친일 잔재물이 있다. 이 가운데 친일 작곡가가 작곡한 광주 관내 대학과 중·고교 교가 18개를 제외한 47개가 유형 잔재물이다. 47개의 유형 잔재물 중 25개가 국·공유지 안에 있다. 대표적인 것이 광주공원으로 오르는 계단이다. 광주공원엔 또 일제 귀족 작위를 받은 이근호(1861~1923) 등 친일인사들을 찬양하는 선정비가 남아 있다. 광주 원효사에도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꼽히는 법조인 송화식(1898~1961)의 부도비와 부도탑이 있다. 광주시는 국·공유지에 있는 25개 일제 잔재물에 단죄문을 우선 설치하고, 사유지의 잔재물은 소유자와 협의를 통해 단계적으로 설치할 계획이다.

단죄문은 한·일 무역갈등이 고조된 것을 계기로 친일 잔재를 청산하고 후세들에게 올바른 역사관을 정립시키기 위해 설치되고 있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다. 연일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시민들이 단죄문이 설치된 장소를 방문해 다시는 잘못된 역사가 반복돼선 안 된다는 각오를 다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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