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08월 25일(일) 14:10 |

'글로벌 스타트업 천국' 스웨덴으로 간다. 인구 1000만명. 에릭슨, 볼보, 사브, H&M, 일렉트로룩스, 아틀라스 콥코, 이케아…. 세계적인 브랜드가 즐비하다. 수익창출 보다 후손들에게 물려줄 유산으로 남기겠다는 자세가 스웨덴을 '글로벌 스타트업의 허브'로 이끈 요인이 됐다.
스타트업과 대기업이 공존하고 있는 스톡홀름 인근 세계 최대 정보통신산업단지인 '시스타사이언스 시티(Kista Science city)'로 향했다. 중소기업, 스타트업체 건물 벽에는 깔끔하게 정리된 간판이 눈길을 끈다.
◆클러스터 내 900개 업체·12만명 거주
클러스터 형태로 구성된 시스타 사이언스 시티는 20만㎡ 규모다. 입주업체는 대표기업인 에릭슨(Ericsson)을 비롯해 Electrum Foundation, STING(Stockholm Innovations & Growth AB·스타트업 시장진입과 성장지원을 담당하는 인큐베이터), IBM, 필립스, 오라클, 인텔, 노키아,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을 포함해 300여 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등 972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근무인원은 3만2500명, 이 중 ICT종사자 1만 8000명, 12만명의 시민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연구자뿐 아니라 그의 가족들까지 함께 거주함으로써 산업단지와 주거단지가 함께 공존하고 있다.
1970년대 초반까지 군사훈련장으로 사용될 때까지만해도 시스타가 30년 후에 정보통신산업의 세계적 요충지가 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1970년대 중반 스톡홀름시가 대기업 에릭슨과 IBM을 시스타에 유치하자 상황은 달라졌다. 시스타 사이언스 시티의 성공은 스웨덴왕립공대와 스톡홀름대학 등 대학과 기업의 상호 연계와 이를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 지원이 합쳐져 이뤄졌다. 스웨덴왕립공대는 1988년부터 시스타에서 학과를 운영하며 민간기업에 필요한 연구 인력과 벤처기업인을 배출해왔다. 스웨덴왕립공대와 스톡홀름대학이 공동 설립한 정보기술(IT)대학은 산하 연구소에서 산학협동 연구개발을 활발히 진행한다. 시스타 기업들은 이들 대학 학생들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실패 예상 딛고 성공클러스터로 발전
시스타 사이언스 시티의 경우 개발 초기 '실패한 사이언스 파크'라 스스로 인정할 정도였다. 고용자 3%만이 도시 내 거주하고 그 외에는 스톡홀름 같은 인근 대도시 주민이었을 정도로 베드타운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과 지자체가 협력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주거공간과 각종 서비스 시설, 편의시설을 지으면서 인구가 유입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인근 대학이 협력해 정보통신 대학을 세우고 연구개발 활동 및 고급 연구인력을 배출할 수 있도록 한 점도 눈에 띈다. 국립연구기관인 SISU나 SICS(컴퓨터관련 연구소), IMC(산업마이크로 일렉트로닉 연구소) 등도 연구개발 활동을 함께 수행하고 있다.
◆유니콘기업 보유 스타트업 강국
스웨덴 대표 스타트업 유니콘 기업은 스포티파이(Spotify), 스카이프(Skype), 킹(King), 모장(Mojang), 클라르나(Klarna) 등 5개로, 런던(4개), 베를린(3개)보다 많다. 유니콘이란 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을 말한다.
세계 최고의 스트리밍 앱 서비스기업인 스포티파이는 스톡홀름 최초의 유니콘이 됐다. 2006년 설립돼 연매출 200억달러 이상을 올리고 있으며 1억명의 유저를 보유하고 있다. 스카이프는 인터넷 전화로 2011년 마이크로소프트사에 85억달러에 매각 됐다. 모바일게임 '캔디 크러시 사가의 킹은 2012년 페이스북에 출시하며 이름을 알렸고 1억명의 유저, 연간 매출 15억달러 이상을 올리고 있다. 어드벤처게임 마인크래프트 개발사인 모장 역시 2014년 마이크로소프트사에 25억달러에 매각됐다. 클라르나는 전자상거래 지불서비스로 20여개국에 진출, 연매출 3억달러를 올리고 있다.
◆스웨덴혁신청, 창업 프로젝트 지원
스웨덴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 전담 공기업은 VINNOVA(스웨덴 혁신청)가 맡는다. 스웨덴 혁신청은 창업‧혁신부문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으며 스타트업 인큐베이트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공공부문 이노베이션을 비롯, 기업 및 대학‧연구소 이노베이션 등 혁신 프로그램도 눈길을 끈다.
스웨덴은 스타트업의 인큐베이터 입소 심사요건에 기술이나 제품, 서비스의 글로벌화 가능성을 판단하는 항목이 들어 있다. 사업초기부터 글로벌화 가능성이 높은 참신한 아이디어를 집중 지원한다. 혁신적 창의적 아이디어를 적극 지원하는 분위기 덕택에 전체등록기업의 7%가 창업기업이다. 실패하더라도 개인파산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사회안전망이 잘 구축돼 있다. 실패를 용인하는 분위기가 널리 퍼져 있어 개인적인 비난을 하지 않는다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스웨덴 처럼 한국청년들이 글로벌 스타트업 허브로 성공하려면 단지 돈을 목적으로 하지 말고 후손들에게 물려줄 유산을 창출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스웨덴 스톡홀름 박간재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시스타사이언스 시티와 가까운 스톡홀름 시내 거리. 7~8월 여름 휴가철을 맞아 스웨덴 시민은 물론 전세계 관광객들의 발길로 북적이고 있다.

스톡홀름시와 에릭슨, 스웨덴 정부가 지난 1988년 설립한 시스타 사이언스 시티 본부 건물. 개발 초기 '실패한 사이언스 파크'라 불릴만큼 혹평을 받았다. 기업과 지자체가 협력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주거공간과 각종 서비스 시설, 편의시설을 지으면서 인구가 유입되는데 큰 역할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