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09월 22일(일) 17:22 |

오는 28일까지 '지역작가발굴전 Day of'가 열리고 있는 화순 남면 다산미술관 전시실 내부. 다산미술관 제공
누구나 수많은 시간들을 지나오면서, 그 시간들만큼 다양한 감정들을 경험한다. 삶이라는 시간 속에서의 경험과 감정은 각자 다르지만, 박제하고 싶은 찰나와 감정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중인 작가들의 '박제하고픈 찰나' 혹은 '흘려보낼 수 없는 시간'들을 공감해 보는 전시가 화순 남면 다산미술관에 마련된다.
오는 28일까지 'Day of'를 주제로 열리는 전시에는 구혜령, 박찬희, 박채영, 오윤지, 전미르 등 5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5명의 작가는 각각의 시간 속에서 각자의 시선을 통해 그들의 날들을 다양한 관점으로 보고 자신들의 언어로 각자의 작품을 표현하고 있다.
구혜령 작가는 픽셀 이미지와 유화를 통해 작가의 생각을 표현한다. 전통 초상화인 모나리자와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의 이미지를 차용한 유화작품을 통해 구 작가는 너무나도 많은 것들이 쉽게 이루어지는 디지털 시대의 미술에 대한 허상과 쓸쓸함을 이야기한다. 디지털의 홍수 속 아날로그 감성과 옛것에 대한 향수를 느껴볼 수 있다.
박찬희 작가는 유년 시절 가장 아끼던 '칼라펜슬(color pencil·색연필)'을 통해 그 시절 작가의 생각과 꿈을 표현했다. '색연필'은 어린 시절 꿈들을 하얀 종이 위에 그려내게 도와준 추억의 도구이다. 유년 시절에는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꿈을 당당히 표현할 수 있었지만 나이를 먹어갈수록 자신을 숨긴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박 작가는 우리에게 '색연필'을 통해 타인에게 자신을 당당히 표현했던 날들을 떠오르게 해주며 다시 꿈을 꾸는 시간을 마련해준다.
박채영 작가의 작품은 마치 네덜란드의 바로크 정물화인 바니타스를 떠올리게 한다. 작품들은 전체적으로 어두운 배경 위에 물체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작품 '노스텔지아(Nostalgia)'는 정물을 통해 작가가 성인이 된 이후 사회 속의 자신과 그 속에서의 이질감에 대해 표현한다. 작품 중앙의 불씨는 꺼지고 연기를 날리는 양초는 대표적인 인생의 덧없음을 의미하는 사물이다. 테이블 위 빛나는 향수병은 어린 시절 속 향수인 탑노트는 사라지고 익숙한 잔향인 베이스만 남은 지금을 이야기한다. 사실적이고 일상적인 것들을 통해 사회에 녹아있는 사회인으로서 우리의 하루와 어린 시절의 그리움을 떠올리게 한다.
오윤지 작가는 작가의 생각이나 감정을 전달하는데 가장 중요한 음성 기호로 '말'에 대한 중요성을 나타내기 위해 우리의 신체 부위 중 입술을 직접적으로 표현했다. 일상 속에서 '말'은 가장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며 관계를 형성할 때 자신의 감정을 나타낼 수 있는 수단이다. '라우드니스(Loudness)'는 소란스러움, 어수선함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작가는 깊게 생각하지 않은 어리숙하고 소란스러운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겐 실소를 일으키고 긴장을 덜어낼 수 있는 농담이 될 수도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커다란 대못이 되어 심장 한편에 박혀 고통을 주고, 녹슬고, 곪아 썩어 문드러지게 할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말의 중요성을 나타내고자 입술을 크게 그려 넣어 말 한마디도 사람마다 와 닿는 크기를 그림에 표현하여 관계 속에서의 말로 인한 상처 또는 용기를 보여준다.
전미르 작가의 작품은 전체적으로 다양성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 있다. 거듭 또는 겹쳐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인 '덧'은 오랜 사용으로 헤진 샤워 볼의 달라진 형태만으로도 특별함을 나타내고 있다. '멜팅 팟'은 인체를 일그러진 형태와 일반적인 형태를 융합해 그림으로,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불쾌한 감정, 행복한 감정과 고통 등을 인체의 여러 색의 융합과 공전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림의 다양한 색채에 집중해 감상한 사람의 하루는 마냥 즐거운 하루가 될 수도 있고 일그러진 형태에 집중해 감상한 사람의 하루는 불쾌한 감정을 지닌 하루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분포'는 우리에게 친숙한 과일 중 하나인 사과를 통해 욕망과 감정을 보여주고 있으며 달라진 형태에도 모두가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다르게 표현함으로써 한 사람의 일상 속에서의 여러 감정, 또는 여러 사람들의 감정과 욕망을 나타내고 있다.
다산미술관 관계자는 "5명의 작가가 생각하는 'Day of'는 각자의 시간들을 흘려보내지 않고 그 시간 속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보여준다"며 "이번 지역작가발굴전을 통해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5인의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의 특별함을 느껴보고, 젊은 지역작가들의 잠재성과 역량을 보여줌으로써 우리 지역의 청년 작가들에게 관객과 소통 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문의 (061)371-3443.

전미르 작 '분포' 다산미술관 제공

박찬희 작 'color pencil' 다산미술관 제공

박채영 작 'Nostalgia'

오윤지 작 'loudness'

구혜령 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