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09월 22일(일) 16:50 |

지난 21일 광주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에서 열린 고 백남기 농민 3주기 추모제에 참석한 추모객들이 고인의 묘 앞에서 헌화를 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민중총궐기대회에 참가했다가 경찰이 쏜 직사 물대포를 맞고 사망한 고 백남기 농민의 3주기 추모제가 지난 21일 광주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에서 열렸다.
이날 새벽부터 비를 몰고 온 태풍에도 불구하고 300여명의 인파가 자리를 가득 메웠고 간이로 설치한 천막 안에서 백남기 농민의 3주기 추모제가 진행됐다.
거센 빗소리 때문에 연단의 오른 사람들의 목소리가 잘 전해지지 않았지만 추모제에 대한 추모객들의 집중은 흐트러짐이 없었다.
이들은 촛불혁명의 도화선이 됐던 고인의 죽음을 되돌아보며 그가 꿈꿨던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며 입을 모았다.
정현찬 백남기농민 기념사업회 준비위원장은 인사말에서 "고인의 영전 앞에서 그가 이루고자 했던 통일 세상, 이 땅의 정의가 살아 넘치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며 "적폐세력의 잔존으로 그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다. 고인이 원했던 세상을 같이 함께 다시 한 번 만들겠노라고 다짐하자"고 말했다.
박행덕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추모사에서 "그가 바랐던 민중 세상을 우리가 이어받지 못해 지금까지 거리를 해매고 있다"라며 "(오늘이) 다시 한번 더 마음을 다잡고 떨쳐 일어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날 추모제에는 장훈 세월호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장훈 운영위원장은 "그분이 이루고자했던 나라, 꿈은 저희와 같고, 여러분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몸 챙겨가면서, 건강하게 투쟁해야 오래갈 수 있고 우리가 꿈꾸는 나라 만들 수 있다. 안전하고 더 좋은 세상 반드시 우리 손으로 만들자"고 당부했다.

21일 광주 망월동 민족민주열사 묘역에서 열린 고 백남기 농민 3주기 추모제에서 추모객들이 어깨동무를 하며 '함께가자 우리 이길을'을 부르고 있다.
이후 추모제는 서정숙 무용가의 살풀이춤과 노래패 '어울소리'의 공연을 끝으로 마무리 됐다. 어울소리는 작곡가 김정희 등 고인의 중앙대학교 후배들이 3주기 추모제를 위해 올해 2월에 결성한 노래패다. 이날 김씨가 작곡한 추모곡 '우리밀밭에서'가 최초로 선보였고 '농민가', 고인이 생전 좋아했던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등을 함께 불렀다.
민중총궐기대회 때부터 경찰의 강제 부검을 저지할 때도 함께 있었다는 이선미(30·여·광산구 운남동)씨는 "박근혜 탄핵 이후로도 대한민국 사회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검찰개혁, 친일 청산 등 미결 과제들이 있다"며 "고인의 정신을 기억하고 그 분의 뜻을 이어 더 좋은 세상 만드는 데 모두 힘을 모아야한다"고 전했다.
백영호(69·보성)씨는 "고인의 뜻을 기리고 그분의 삶과 정신을 되새기기 위해 추모제를 찾았다"며 "살아 있는 사람들이 고인의 못다 이룬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늘에서 지켜봐주시고 응원해달라"고 말했다.
한편 고인이 경찰의 물대포에 쓰러진 지 4년이 되는 오는 11월14일에 그의 생명과 평화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백남기농민 기념사업회'가 출범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