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연쇄살인사건 이춘재 "살인 14건·강간 등 30여건"
경찰, 전담수사팀·프로파일러 통해 진술 확보 ||범행 동기·수사망 피해간 이유 등 여전히 의문
2019년 10월 02일(수) 19: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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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 14건·강간 등 30여건 자백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2일 브리핑을 열고 전날 오후 이씨가 화성사건 9건을 포함한 살인 14건, 강간 및 강간미수 30여건에 대해 자신의 범행이라고 자백했다고 밝혔다.
해당 사건들은 이씨가 군 전역 시점인 1986년부터 충북 청주에서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1994년 사이 화성과 수원, 청주 등지에서 발생했다. 14건의 살인사건은 10차례에 걸친 화성사건 가운데 모방범죄로 밝혀진 8차 사건을 제외한 9건과 다른 5건의 사건이다. 추가로 드러난 5건은 화성사건 전후 경기지역에서 일어난 3건과 청주에서 발생한 2건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전담수사팀과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9차례에 걸쳐 이씨에 대한 접견 조사를 한 결과 자백을 끌어냈다고 설명했다.
당초 범행에 대해 언급을 않던 이씨는 경찰이 새롭게 검출된 DNA 분석 결과 등을 제시하면서 심경에 변화를 일으킨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경찰은 지난 8월 화성사건 5, 7, 9차 사건의 증거물에서 채취한 DNA가 이씨의 것과 일치한다는 결과가 나오자 그를 유력 용의자로 특정하고 수사를 벌였다. 최근에는 86년 12월14일 발생한 4차 사건의 용의자 DNA 또한 이씨와 일치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추가 통보를 받았다. 이씨가 범행을 자백한 화성사건 9건 중 4건에서 그가 유력 용의자임을 가리키는 증거가 나온 셈이다.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이씨가 화성사건 외에 추가 살인 5건과 30여건의 강간과 강간미수를 했다고 인정했다"면서 "과거 기억을 되살려 그림까지 그려가며 진술했다"고 말했다.
● 경찰, 자백 진술 신빙성 확인
이번 이씨의 자백으로 역대 최대 미제사건으로 불리던 화성살인사건이 30여년 만에 실마리가 풀리는 모양새지만 경찰은 보다 수사에 신중을 가하는 분위기다. 워낙 과거 일이다보니 이씨의 진술에 편차가 있고 추가 사건 등에 대한 파악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브리핑에서 경찰은 이씨의 자백 사실은 밝힌 반면, 자백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특히 이씨가 진술한 추가 범죄의 경우 사건 특정조차 되지 않아 보다 면밀한 수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일단 이씨 본인이 구체적으로 살인 몇 건, 강간 몇 건 등 부분에 대해 임의로 진술했다"면서도 "개별적인 사건에 대해서도 진술하고 있으나, 오래된 일이고 본인도 기억에 의존하다보니 사건마다 기억하는 일시, 장소 등에 편차가 있다"고 말했다.
가장 큰 의문을 낳는 범행 동기도 아직까지 오리무중이다. 또 범행이 벌어진 1986년부터 이씨가 붙잡힌 1994년까지 무려 8년여 동안 어떻게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갔는 지도 의문이다.
이와 관련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아직 신빙성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범인 동기를 말하는 것은 성급하다"면서 "대상자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하기 위해 당시 수사기록과 관련 증거, 사건 관계자 등을 상대로 면밀하게 수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범인 특정돼도 공소시효 끝나
이씨가 화성사건 등의 주범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수사로 진실이 밝혀져도 처벌은 어려워 보인다. 30여년 전 사건이다 보니 이미 공소시효가 끝난 까닭이다.
살인죄의 경우 지난 2015년 형사소송법 개정안(태완이법) 통과로 공소시효가 완전히 사라졌지만, 이씨의 범행은 법 시행 전에 이뤄졌기 때문에 종전의 공소시효를 적용받아 현재로써는 처벌이 불가능하다. 이번에 새로 드러난 성범죄 또한 마찬가지 상황으로 사실상 처벌이 힘들 것이라는 게 경찰 관계자들의 얘기다.
정치권에서는 이씨를 처벌하기 위해 '화성연쇄살인사건 공소시효 폐지 특별법'을 발의한 상태지만 다른 사건과의 형평성 등 문제로 실제 입법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편, 이씨는 1994년 발생한 '처제 성폭행·살인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부산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뉴시스 newsis@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