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봄방학
2020년 01월 16일(목) 16:35

한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사람들에게 2월은 '졸업식'과 '봄방학'으로 소환되는 달이었다. 세상엔 불변하는 것이 없듯이 이마저도 변하고 있는 중이다. 현재 학교 현장에서 2월 졸업식과 봄방학이 사라지고 있어서다.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광주지역 초·중·고등학교 10곳 중 9곳은 졸업식과 학년을 마치는 종업식을 1월에 치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중·고교 313개교 중 89.5%에 달하는 280개교가 이달 졸업·종업식을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졸업·종업식을 치르고 일찌감치 겨울방학에 들어간 학교는 7개교(2.2%)에 달했고, '2월 졸업식·종업식'을 유지한 학교는 불과 26개교에 그쳤다. 초 중학교는 대부분 1월 졸업식과 종업식을 갖고 방학에 들어갔고, 고교의 경우 사립학교를 중심으로 17개교만이 2월 졸업식을 고수했다.이전에는 대다수 학교들이 12월 겨울방학 ,1월 개학 , 2월 초순 졸업식, 2월 하순 종업식과 봄방학을 거쳐 3월 새 학기를 맞았다.

봄방학이라는 말은 12월 겨울방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간이 짧고 봄의 시작을 알리는 3월 가까이 있는 방학이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처럼 봄방학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것은 학생들이 방학 동안 자기 계발을 하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설프게 떨어져 있는 기존 겨울방학과 봄방학을 통합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와 교단의 요구를 함께 반영한 조치다. 이런 학사 일정 변화는 기후 변화를 닮아가고 있는 듯 보인다. 일선 학교 방학이 여름과 겨울방학으로 변경된 것처럼 우리가 체감하는 계절도 봄·가을이 사라지고 여름과 겨울로 양분되듯이 말이다.

합리적일 것으로 여겨지는 이런 변화에도 불편한 이도 있는 듯하다. 초등생 자녀를 둔 맞벌이나 한부모 가정의 경우 겨울방학이 길어짐에 따라 자녀가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학원 1∼2곳을 더 보내는 등 사교육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어서 인듯하다. 없어지다, 생명을 다하다는 의미의 '사라지다'는 '살다'와 '지다'라는 복합동사가 '살

이기수

다가 지다'로 활용된 데서 왔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생사(生死), 생멸(生滅)이 한 몸인만큼 굳이 구분하는 게 의미가 없음이다. 이처럼 환경 변화에 적응해서 살아가다 사라지는 것이 우리들 삶이니 너무 걱정할 일은 아니다. 이기수 논설위원

이기수 기자 kisoo.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