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원열사 일대기 담은 수묵화 그림 나왔다
하성흡 작가, 광주 광산 용역에 선정… 지난해 9월부터 작업||5·18에 대한 부채의식 전통기록화로 담게 된 계기
2020년 03월 31일(화) 17:27
2일 공개되는 하성흡 작가의 '윤상원 열사 일대기'를 담은 작품 '부활'. 하성흡 작가 제공
'님을 위한 행진곡'의 주인공 윤상원 열사의 일대기를 담은 전통기록화의 밑그림이 2일 광주 광산구청 소회의실에서 공개된다. 윤상원 열사 추모 사업을 하는 광주 광산구는 지난해 9월 광주에서 활동중인 하성흡 작가에게 그림제작을 의뢰했다. 하 작가는 현재 윤 열사의 유년기부터 들불야학, 5·18광주민주화운동을 거쳐 '님을 위한 행진곡'의 주인공이 되기까지, 윤상원 열사의 일대기를 100호 크기의 대작 10점에 수묵채색 방식으로 담아내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작업을 맡은 하 작가는 1980년 5·18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었다. 그는 항쟁 중심지였던 금남로 옆 장동 한옥(현재 작업실)에 살며 계엄군의 무자비한 만행을 수차례 봤다. 항쟁 초기부터 거리로 나가 투쟁했고, 5월26일까지 민족민주화대성회와 민주수호 범시민궐기대회에까지 참여했다. 하지만 26일 밤 전남도청으로는 향하지 못했다. 죽음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하 작가는 "27일 새벽 '계엄군이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시민 여러분 우리를 지켜주십시오'라는 애절한 방송을 들으며 눈물을 쏟았다"며 "윤 열사를 비롯한 항쟁 지도부가 도청에서 최후의 항쟁을 벌일 때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부끄러움과 죄책감, 부채 의식이 가슴 깊이 자리 잡았다"고 회상했다.

그 부채의식 때문에 1980년 5월은 '계속되는 현재'로 남아 있다. 전남대 미술교육과 재학시절인 1990년에는 5·18을 다룬 첫 벽화 밑그림을 그렸고, 이후 화가의 길을 걸으면서도 5·18 관련 한국화를 50여점 그렸다. 그가 발표한 '발포', '박승희 장례행렬도'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작품들은 1980년 5월21일 광주 동구 금남로 가톨릭센터 앞에서 일어난 집단발포 현장이 고스란히 기록돼 광주항쟁의 역사를 예술로 승화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윤상원 열사 일대기 제작'은 518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된 하 작가의 또 다른 도전이다.

하 작가는 "윤 열사는 광주시민이 가진 뜻을 가장 깊이 이해하고 실천한 사람"이라며 "이번 일대기 제작을 통해 더 공정하고 민주적인 사회로 진일보하는 화가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윤 열사의 일대기는 100호 크기의 한지에 연필로 작업됐다. 성장과정에서부터 옛 전남도청서 산화할때까지 △일기 △방황 △외교관 △노동자 △분노 △광주의 입 △발포 △대변인 △죽음 △부활 등 10가지 주제에 윤 열사의 삶을 담았다.

밑그림까지 완성된 하 작가의 작품은 중간보고회에서 공개된 이후 채색 등 후반 작업을 거쳐 올해 말 제작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광주 광산구 관계자는 "윤 열사는 518을 상징하는 인물"이라며 "열사의 일대기를 작품으로 남겨 유품과 함께 전시해 민주, 인권, 평화라는 가치를 계승하고 보존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윤 열사의 일대기 작품은 생가 주변인 광주 광산구 신룡동 건립 예정인 '윤상원 민주커뮤니티센터'에 전시될 계획이었으나, 해당 지역 주민의 반대로 무산위기에 처해있다. 광주 광산은 주민설명회를 거쳐 기부채납 조건으로 윤 열사 기념시설 건립 당위성을 설득하고 있으며, 대상 부지 또한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