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막히는 계절
2020년 08월 20일(목) 16:46
이기수
요새 우리말 '숨'자에 생각이 머문 적이 있다. 유례없는 긴 장마가 끝난 뒤 전국이 폭염과 열대야로 가마솥 안처럼 끓고 있어 숨이 헉하고 막힌 탓이다. 현재 세계 대유행인 중인 코로나19 감염병 때문에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돼 있으니 더 숨 쉬기가 쉽지 않다. 호흡이 곤란하다는 말은 곧 생명이 위협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숨(breath)에 관한 통찰로 티벳의 현자 달라이 라마의 말씀이 떠오른다. '숨은 내 몸안으로 들어와 내 몸의 일부가 됩니다. 내가 내쉰 숨은 다시 타인에게 들어가 그의 일부가 됩니다. 이처럼 숨 하나만 보더라도 우리는 서로 다같이 연결되어 있습니다'라고 그는 강조했다. 이 말은 엘리베이터 안을 떠올리면 쉽게 체감된다. 직장에서든 아파트에서든 엘리베이터를 여러 사람이 함께 탔다면 엘리베이터 속 공기를 똑같이 나눠 마신다. 금방 하나가 된 사이다. 이중 코로나 19 감염자가 있을 경우 다른 사람에게 전파될 가능성은 높다. 이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고 그래서 혼자만 조심한다고 건강이 지켜진다거나 나홀로 행복할 수 없다는 인간 존재에 대안 혜안이다.

숨에도 여러 결이 있다. 보통 놀라거나 좌절했을 때 숨이 턱 막힌다는 표현을 쓴다. 코로나19가 창궐한 지금 감염 검사 결과, 양성 판정시에는 좌절의 한숨을, 음성 판정시에는 안도의 한숨을 각각 내쉴 것이다.

낮 기온이 33도 이상 오르는 폭염과 최저 기온이 25도 이상 유지되는 열대야가 이어지는 요즘 탄내가 나는 숨결도 있다. 코로나 19 확산 우려로 무더위쉼터로 이용되는 경로당조차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어르신, 코로나로 취업문이 더 잠겨버리고 감염 확산으로 공부할 곳도 마땅치 않는 취준생, 방역 수준 강화로 손님 발길을 뚝 끊겼는데도 매장에 에어컨을 켜 놓고 있는 자영업자들이 그들이 아닐까 싶다. 감염병과 더위가 이들의 숨통을 조여와 최악의 여름을 보내고 있을 것으로 여겨져서다. 숨이 붙어 있어 버티고 있는 것이지 사는 게 아닐 것이다. 숨이 막히면 사람은 죽는다. 집의 창과 문은 열기 위해 만들어졌듯이 숨은 생명인만큼 사람의 숨통은 열려 있어야 한다.

숨에 대한 생각 하나 더. 한글 '숨'자 모양은 개인적으로 한자 '집사(舍)'를 닮아 있다고 생각한다. 제자 원리를 정확하게 모르지만 기와집 측면 모습과 비슷하고, 좌우 대칭이 안정감을 주고 있다. 사람에게 집은 안전과 안정을 함께 제공하는 안식처이듯이 숨결도 안정돼야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다.이기수 논설위원

이기수 기자 kisoo.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