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어 서럽다"… 광주·전남 팍팍한 살림살이
재정자립도 인건비도 못미쳐||주민 숙원 사업 해결은 요원 ||재난이라도 만나면 ‘올스톱’ ||예산철되면 시작되는 ‘전쟁’
2020년 09월 17일(목) 18:11
민주노점상전국연합 광주지부 회원 등이 17일 광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재난지원금 대상에 노점상 포함을 촉구하고 있다. 김양배 기자
2020년 기준 광주 재정자립도는 41%, 전남 재정자립도는 23%다.

지자체의 전체 예산 중 지방세 등 자체 수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상당수 지자체는 자체 수입으로 직원들 인건비도 해결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하다.

● 팍팍한 살림살이 인건비도 벅차다

올해 구례군의 공무원 인건비는 41억원이다. 반면 자체 수입은 22억원에 불과하다. 완도군 역시 마찬가지다. 자체수입은 32억원에 불과했으나 공무원 인건비는 60억원에 달했다.

올해 예산을 높고 봤을 때 자체 수입으로 공무원 인건비를 해결할 수 있는 전남 지자체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담양군, 곡성군, 구례군, 고흥군, 보성군, 장흥군, 강진군, 해남군, 함평군, 장성군, 완도군, 진도군, 신안군 등은 지방세와 다양한 수익사업에도 불구, 자체 인건비조차 해결하지 못할 상황에 처해 있다.

광주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광주 남구는 자체 자원으로는 자치구를 꾸려가기 어렵다. 어려운 살림살이에 구 자체적으로 세금과 과태료 등을 걷는다 해도 인건비 조차 충당이 안 되고 있다. 매년 조직이 커지고 인건비 등 행정경비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그나마 교부세를 받아 꾸려가고 있다.

재정이 열악하다 보니, 신규사업을 발굴하고 싶어도 못하는 게 현실이다. 신규사업의 경우 처음에는 국·시비로 보조를 하지만, 2~3년차가 되면 지방비로 추진해야 하는 탓에 필요한 사업이긴 하지만, 재원 마련이 어려워 유지하기 힘든 상황에 처해지고 있다.

남구 관계자는 "대부분 인건비와 사회복지 비용이 늘어나고 있는데, 자치구 입장에선 부담된다"며 "신규사업의 경우 초기 예산이 들어 그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광주 동구 역시 지방세로 직원들의 인건비 충당이 안 되는 게 현실이다. 신규사업하는 데 예산 부분을 고려해야 하니까 애로사항이 많다. 사무관리비 등 경상경비라도 절감해서 운영하고 있다.

동구 관계자는 "자치구 교부세, 교부금 등 보조받아 간신히 운영하는 현실이다"고 했다.

●장기사업은 꿈도 못 꿔

열악한 살림살이 앞에 주민 숙원사업은 멈춰선다. 완도군 관계자는 "주민들 수요는 많은데 자체예산이 부족해 숙원사업 해결에 애로사항이 크다"고 했다. 자체 사업이 적어 대부분 사업추진이 국·도비를 지원받는 매칭사업에 치중되다 보니 자연스레 주민 숙원사업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장기사업 전략 수립도 어렵다.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지자체는 대부분 살림살이 운영이 중앙정부에서 지급하는 교부금에 달려있는데, 해마다 받을 수 있는 교부금이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니 장기간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을 꾸리기 쉽지 않다.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도내 22개 시군에 2000억원에 달하는 보통교부금이 대폭 삭감되면서 전남지역 지자체들이 비상에 걸렸다.

열악한 살림살이는 위기 앞에 '올스톱'된다.

최근 집중호우로 막대한 피해를 본 구례군은 앞으로 수년간 허리띠를 졸라맬 요량이다.

수해 피해 복구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는데, 열악한 기초 재원으로 군비 부담 비율을 맞추기 버거운 까닭이다.

수해 피해 복구 앞에 복리 증진 사업은 우선순위가 뒤로 밀릴 수 밖에 없다.

구례군 관계자는 "내년까지는 지방 채무를 모두 갚으려고 계획하고 있었지만 열악한 재정 환경으로 도저히 수해 피해 복구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이 역시 불투명해졌다"고 한숨 지었다.

●'예산철'만 되면 기재부에 줄 선다

광주·전남은 재정자립도가 낮다 보니, 국가와 상급단체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때문에 행안부나 기재부에 종속될 수 밖에 없다.

매년 예산철만 되면 광주시와 전남도 각 실·국은 그야말로 '전쟁'이다. 기재부나 국회에 찾아가 줄을 서야 하고, 예산을 따오기 위해 상부 단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자체 재정 여건상 국비가 없으면 변변치 않은 사업 하나 제대로 시행하기 힘들다.

예산 필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중앙부처 공무원을 만나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전국 지자체 공무원들이 모두 몰려와 같은 소리를 해대는 통에 이마저도 '하늘의 별 따기'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부처 예산 반영 시기가 되면 예산담당 직원들은 거의 매일 서울이나 세종으로 출퇴근하다시피 한다"며 "한 푼이라도 건지려면 정부청사 문턱이 닳도록 다녀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박수진 기자 suji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