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원년' 올해는 꼭 보여주고 싶 '소'
■미리보는 2021 3대 비엔날레||광주비엔날레 2월 26일에 개최||온·오프라인 유기적 순환으로 현대미술 실험||전남수묵비엔날레 9월1일 개최||목포·진도 일대에서 본전시, 광주·광양서 특별전 ||노소영 관장 참여 디자인비엔날레도 관심사||AI·공공성·지역성 등 이슈 디자인 작품에 담아
2021년 01월 03일(일) 15:06

광주비엔날레에 전시될 존 제라드 작 '거울 파빌리온: 나뭇잎 작업 (데리김라), 2019, 프로덕션 스틸'

코로나19로 전례없는 혼란을 겪은 지역 미술계가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새해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연기됐던 주요 비엔날레들이 올해 개최되면서, 신축년 새해 광주는 1년동안 국내 3대 비엔날레로 풍요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게됐다. 신축년 광주 미술계는 '광주비엔날레'가 포문을 연다.

●광주비엔날레= 당초 지난해 9월 열릴 예정이었던 제13회 광주비엔날레는 오는 2월26일부터 5월9일까지 73일간 광주 일대에서 열린다. 올해 행사는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을 주제로 전시와 '라이브 오르간', 온라인 저널, 출판물 등으로 구성된다. 온·오프라인이 유기적으로 순환되는 현대미술 축제의 새로운 가능성과 실험정신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번 전시 주제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은 그동안 서구 사회와 근대를 지탱해 온 합리성과 이성의 이분법에서 나아가 '비서구 세계에 자리하고 있는 전 지구적인 생활 체계와 공동의 생존을 위한 예술적 실천'에 방향성을 두고 있다.

이와 함께 인지자본주의, 폭력적 알고리즘, 행성 제국주의가 드리운 미래와 겨루는 지능의 무한한 형태와 삶의 양상, 공동 생존의 다양한 방식 등을 다루며 우주론 전반을 파고든다.

이러한 다층적인 전시의 맥락을 구현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에이토스(드미트리 파라뉴시킨&쿠 데스), 파시타 아바드, 코라크리트 아루나논드차이, 카타리나 바루크, 파리드 벨카이아, 세실리아 벵골리아, 세이니 카마라, 알리 체리, 등 69명(팀)의 작가가 참여하며 41점의 커미션 신작을 선보인다. 특히 이번 비엔날레는 한국의 샤머니즘, 즉 '무속'의 의식 체계를 탐구한다. 집단의 트라우마와 가부장제의 폭력, 질병을 마주하고 치유하는 여성 무속인의 역할을 돌아본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는 서울에 소재한 샤머니즘박물관과 가회민화박물관의 부적, 손으로 직접 그린 설명서, 병풍 그림, 공예품 등을 통해 시각적으로 구성된다.

전시 장소는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이외에 국립광주박물관,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광주극장 등지로 특히 메인 전시 공간인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5개 전시실은 각기 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예정이다.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서는 과거와 현재의 예술적 환경을 통합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한국 동시대 문화계의 주요 인물뿐만 아니라 한국 미술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온 시각 예술가들을 한데 모은다. 화가 민정기, 사진가 이갑철, 다학제적 작업을 하는 미술가 문경원 등 한국적 맥락에서 미완의 역사와 억압된 연대기를 다루는 중요한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관을 묵직하게 채운다.

국립광주박물관에서는 테오 에쉐투와 트라잘 하렐, 갈라 포라스-킴, 세실리아 비쿠냐의 신작 커미션이 전시돼 죽음과 사후세계, 영적인 물건이 주는 보상, 육체의 한계성 등의 개념을 다룬다. 크리산네 스타타코스의 만다라꽃이 발산하는 덧없는 찰나의 아우라에서부터 알리 체리의 네크로폴리스가 지닌 적막함까지 예술 작품과 유물을 통해 선조와 이어지는 연쇄적 인간관계, 사후세계에 대한 비전, 비서양 문화권의 질병과 치유에 대한 도식화, 그리고 '온전히 죽지 못한 자들'이 실존 세계에서 가지는 근원적인 역할 등을 살펴본다.

개관 85주년을 맞은 광주극장에서는 주디 라둘이 라이브 오케스트라 공연과 함께 열화상 카메라를 통해 시각 인지의 개념과 기술적·생물학적 의미의 '이미지' 개념에 도전한다. 라둘은 이 설치 작품을 위해 주로 무기나 국경 통제, 기계적 검사, 열 측정, 유령 사냥에 사용되는 기술 등을 무대 위로 옮겨 온다. 조피아 리데트의 1975~79년 작품인 포토몽타주는 공산 정권 시절 폴란드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초현실적인 경험을 제공하며 현재 운영 중인 국내 극장 중 가장 오래된 광주극장의 시네마토그래피 역사와 조응한다.

과거 풍장터였던 양림동 선교사 묘지 끝자락에 있는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도 전시 장소로 활용된다. 이곳에는 코라크리트 아루나논드차이와 시셀 톨라스의 비엔날레 신작, 파트리샤 도밍게스, 사헤지 라할, 김상돈의 근작이 함께 전시된다.

'라이브 오르간'은 이번 비엔날레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핵심적인 질문들을 탐색하며 퍼블릭 프로그램과 온라인 커미션으로 구성됐다.

온라인 커미션의 경우 온라인 플랫폼을 위해 특별히 기획된 아나 프라바츠키, 키라 노바, 나사4나사의 작품들은 에피소드 형식으로 구성된다. 제13회 광주비엔날레 웹사이트(www.13thgwangjubiennale.org)와 SNS 채널에 개막 전부터 순차적으로 공개해 전시 기간 동안 모든 시리즈를 공유할 예정이다.

●수묵비엔날레='오색찬란 모노크롬-생동하는 수묵의 새로운 출발'을 주제로 펼쳐지는 수묵의 향연은 오는 9월1일부터 10월31일까지 2달간 목포시, 진도군 일대에서 열린다. 15개국 160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올해 행사는 수묵전시와 학술심포지엄, 국제레지던시, 교육·참여프로그램 등으로 구성됐다. 먼저 메인전시가 열리는 목포는 목포문화예술회관과 노적봉예술공원미술관, 유달초등학교 대강당이 주요 전시관으로 활용된다. 비엔날레 1관인 목포 문화예술회관에서는 고충환 큐레이터의 기획으로 현대수묵의 흐름을 감상할 수 있다. '수묵없는 수묵, 수묵은 도처에 있다'는 주제로 50여명의 작가가 참여해 재료적 한계를 초월한 수묵의 세계를 보여준다. 미국 비디오 아티스트의 선구자 빌 비올라와 프랑스 출신으로 세계적 현대미술가인 루이스 부르주아, 강형구, 김환기, 윤형근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비엔날레2관은 '노적봉예술공원미술관'에 마련된다. '시대의 수묵-경계의 확장'을 주제로 이지호 큐레이터가 기획한 전시다. 남도의 맥과 확장이라는 관점에서 홍정호, 임태규, 백현호 등 지역 현대수묵 작가 20명의 작품이 전시된다. 비엔날레 3관은 유달초등학교 대강당에 마련된다. 윤진섭, 윤동희 큐레이터가 기획한 이 전시의 주제는 '일즉다 다즉일(一卽多 多卽一)'이다. 58명의 작가가 참여해 도시재생과 연계 및 신세대 동양화가의 실험적 수묵전시를 감상할 수 있는 자리다. 진도에서 펼쳐지는 메인전시는 남도전통미술관과 금봉미술관, 옥산미술관에서 펼쳐진다. 비엔날레4,5관인 남도전통미술관과 금봉미술관에서는 정상민 큐레이터의 기획으로 '물, 불, 돌'을 주제로 생활 속 디자인 수묵을 선보이는 자리다. 일본 출신 세계적 건축가로 알려진 안도 다다오의 작품을 비롯해 조기상, 곽철안 작가 등 20명의 작가가 자연과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물과 불, 돌의 의미를 내포하는 작품을 연출한다. 비엔날레6관 옥산미술관에서는 국내외 작가들의 교류전이 펼쳐진다. 1층에서는 한국과 홍콩의 수묵교류전이 전시되며, 2층에는 영호남 예술인의 화합의 장을 감상할 수 있다.

특별전도 본전시 만큼이나 풍성하다. 지난해 개관한 전남도립미술관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전시장소로 활용될 예정이며, 특히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는 9월1일부터 9월30일까지 한달동안 '호호호'를 주제로 남농계와 의재계 작가들의 작품이 33점이 전시된다. 남농계 작가로는 허문, 박항환, 손기종, 하철경, 허진이 참여하며 의재계에서는 박행보, 장찬흥, 최덕인, 양계남, 박소영, 허달재의 작품이 출품된다. 참여, 교육프로그램 등 부대행사도 풍성하다. 진도 운림산방 일원에서는 수묵 노을콘서트를 비롯해 수묵 구름숲 패션쇼가 마련되며 목포문화예술회관에서는 지역작가들의 작품이 전시, 판매되는 수묵 아트마켓도 진행된다. 또 전남미협 회원들의 작품을 경매를 통해 판매하는 수묵 아트페어도 개최된다. 목포문화예술회관 일대에서는 5G를 기반으로 수묵을 VR로 감상할 수 있는 VR체험관도 열릴 예정이다. 이 외에도 문학, 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가 참여해 수묵의 예술적 가치를 전달하는 수묵 인문학 콘서트와 수묵에 대한 전문강의인 수묵아카데미도 마련된다.

●디자인비엔날레=제10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9월2일부터 10월31일까지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 광주 일원에서 펼쳐진다. 김현선 총감독의 지휘아래 올해 주제는 '디-레볼루션 : 디자인 혁명'으로 정해졌다. 디자인(Design)과 레볼루션(Revolution)의 합성어로 '과거 역사적 아픔을 간직한 광주와 코로나 블루를 겪고있는 우리는 감성적 치유가 필요하다'는 의미를 담고있다. 특히 올해 행사에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큐레이터로 참여해 화제가 되고있다.

2021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주제전 △국제전 △AI전시관 △특별전 △지역산업관 △디자인 체험프로그램 △학술행사 등으로 꾸며진다. 특히, 주제와 연계해 △일상의 혁명 △영역의 혁명 △행위의 혁명 △정보의 혁명 △표현의 혁명 등을 컨셉으로 △치유형 전시 △네트워크형 전시 △체험형 전시 등이 연출된다.

주제관은 하나의 주제, 두개의 관점으로 공공성과 지역성을 동시에 담아낼 예정이다. 지역성은 '광주는 혁명이다. 혁명은 빛이다'를 세부주제로 광주의 기억과 광주의 흥을 전시로 구성한다. 공공성은 환경, 장애, 인종젠더, 사상, 문화 등에서 '다름'을 이유로 소외된 이들의 존중을 통해 완성되는 디자인을 보여준다. 국제관은 '디자인 이슈를 보여주는 해외작가 작품전'을 주제로 수교국가(폴란드) 특별전으로 추진된다. 전시는 놀이의 방법으로 제안하는 문화적 해킹 등의 3가지 관점에서 본 놀이를 통한 생태학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체험관은 '한계를 뛰어 넘은 커뮤니케이션의 혁명'을 주제로 '인간과 인간, 인간과 물질, 인간과 시스템, 시스템과 시스템 간 커뮤니케이션의 시각화, 입체화 기술과 디자인의 접목'을 담아낼 예정이다. 특히 이 전시에서는 '한컴그룹'과 협력해 광주시 AI에 대해 소개하며, 엔씨소프트, 넷마블, 현대기아차, 현대 자율주행차, 포르쉐 Old Car 디자인개조 등의 기업과 기술적 협업참여를 추진하고 있다.

AI관은 '포스트코로나 시대, 일상의 혁명'를 주제로 AI기술이 만들어낼 일상의 혁명을 과학자들의 시공간 연구와 물리적 이론을 바탕으로 시지각화 된 영상으로 담아낼 예정이다. 지역산업관은 '디자인을 통한 광주의 혁명'의 주제로 광주의 디자인을 소개한다.

광주비엔날레에 전시되는 아나 마리아 밀란 작 '행복한 사람들, 2020, 비디오 게임'

전남수묵비엔날레가 전시될 진도 운림산방 전경.

올해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공공성'을 주제로 한 전시를 위해 참고 중인 디자인 작품.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