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약자들은 코로나보다 자가격리가 더 무서워요"
▶코로나19 속 그들은 ①장애인||QR코드 인증, 수기작성 어려워||향균 필름에 점자 해독은 난관||“감염되면 누가 도와줄까” 걱정||외부활동 없이 집콕만이 방법
2021년 01월 05일(화) 17:34
코로나로 외부활동이 어려워 진 정향기(48) 씨가 장애인활동지원사 김대식(64) 씨의 도움을 받아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코로나 감염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는 좋습니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대책들은 비장애인들이 이용하기에는 불편함이 없지만, 장애인들의 경우는 이용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지난해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로 일상의 모든 부분에 전면적인 변화가 있었다. 마스크를 써야 했고,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며, 비대면 활동이 공식화됐다. 하지만 이런 방역대책에서 의도적으로 소외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장애인들이다.

코로나로 인해 언택트(비대면)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무인결제 시스템은 일상에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감염 우려로 인해 사람이 아닌, 기계로 주문을 하거나 결제를 하는 매장이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당수의 무인결제 시스템은 서서 결제를 진행하도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휠체어 등을 이용하는 장애인은 도움이 없으면 이용이 어려운 상황이다.

또 많은 사람들이 출입하는 공공시설이나 대형 건물들은 철저한 출입 관리와 항균필름 부착 등의 방식으로 코로나19 확산 예방에 대응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지만, 시력이 현저히 낮거나 앞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들에게 QR코드 인증은 쉽지 않다.

시각장애인인 박종명(46) 씨는 "최근 병원을 방문했는데 어쩌다 보니 보호자 없이 혼자 QR코드를 하게 된 적이 있다"며 "음성인식 등의 시스템 없이 QR코드를 인증하려다 보니 너무 어려워 한참 시간이 걸렸다"고 토로했다.

박씨의 말처럼 시각장애인들에게는 휴대전화기에 발급된 QR코드를 인식기에 정확히 맞춰 인식 시키기가 어렵다. 더욱이 수기로 명부를 작성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당연하게도 이런 상황에서 시각장애인들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자신의 개인정보를 모르는 이에게 노출 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박씨는 "인증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결국은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 출입명부를 기록할 수밖에 없게 된다"며 "이 경우 도움을 주는 사람에게 음성으로 개인정보를 알려 줘야 돼 시각장애인은 의사와 무관하게 개인정보까지 무방비로 노출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지하철, 대형 다중시설건물 등 엘리베이터에 부착되고 있는 항균필름도 시각장애인들에겐 골칫거리다. 항균필름이 부착된 이후 버튼에 새겨진 점자를 인식하지 못하게 돼 장애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또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장애인들은 '감염보다 자가격리가 더 두렵다'고 호소한다.

장애인의 경우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가며 살아가는 상당수다. 그런데 이들이 확진자와 접촉하거나 감염이 의심되는 경우 누군가의 도움 없이 2주간 자가격리를 진행해야 한다. 그야말로 일상이 위험지대로 바뀌는 셈이다.

그 공포감에 장애인들은 감염을 차단하고자 경제·외부 활동을 멈추고 집에서만 생활하는 경우도 많다. 경제 활동이 멈춰버린 것이다. 이런 탓에 많은 장애인들이 코로나 블루 증상을 앓고 있다.

정향기(48) 씨는 "소외계층, 특히 중증 장애인에게는 코로나 대책 자체가 없다. 감염이 의심돼 자가격리에 들어가게 되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살아가야 하는 우리 같은 사람들에겐 그냥 죽으라는 것과 같은 조치"라며 "외부 활동을 해오면서 사회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살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집에만 있다 보니 생활에 필요한 돈을 떠나서 삶의 질이 떨어지게 됐고 우울증까지 생겼다"고 말했다.

최원우 기자 wonwoo.cho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