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동화에 담긴 '암태도 소작 쟁의'
윤자명 역사동화 작가, 일제강점기 소작민 설움 동화로|| 아픈 시대상 반추·연대의 힘 어린이 눈높이로 녹여
2021년 01월 27일(수) 16:35

21세기 임대인과 임차인의 문제가 있다면 1920년대 암태도에는 소작인과 대지주간의 문제가 있었다. 당시 암태도 만석꾼 문재철은 지주 중에서도 악명이 높았다. 일제강점기 200석 토지소유자에서 5000석 대지주로 성장한 문재철은 1930년도에 들어서면서 전국에 210만평에 해당되는 토지를 소유했다. 일제의 산미증식정책으로 수익이 감소하자 부족한 수익을 소작료 증수로 보충하려 했고, 7할 내지 8할의 소작료를 징수하기 이르렀다. 암태도 소작농들은 추수기를 앞두고 소작료를 4할로 인하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문재철은 소작회의 요구조건을 전면 거부하고 강제징수에 나섰다.

소작농들의 집단적인 항거로 소작료를 징수할 수 없게 되자 문재철 등 지주측은 소작인들을 개별적으로 회유 또는 협박해 소작료를 거두어갔다. 이에 대항해 소작인회에서는 자체로 순찰대를 조직해 지주측의 강압에 무력으로 대항하면서 1924년 봄까지 신문과 노동단체에 호소하는 한편 직접 목포로 나서 시위를 전개하는 등 소작료 납부 거부항쟁을 계속해나갔다. 그 결과 각 신문에서는 연일 암태도 소작 쟁의를 보도하고, 전국에서 지원금 모금 활동이 전개되는 등 응원의 손길이 잇따르며 전 국민의 관심을 끌게된다.

일제는 쟁의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중재에 나서면서 소작 쟁의는 마무리됐다. 일제의 중재가 있었지만 암태도 소작쟁의는 승리한 농민운동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암태도 청년회, 부인회, 소작인회의 단결과 언론과 사회단체의 전국적인 규모의 지원에서 '연대의 힘'을 보여주며 농민운동의 전설로 남아있다.

암태도 소작쟁의를 소재로 한 역사동화가 출간돼 관심을 받고 있다. 그간 역사동화를 꾸준히 발표해 온 윤자명 작가가 이번에는 '암태도 소작 쟁의' 사건을 담은 '암태도 아이들'을 통해 진한 울림과 감동을 선사한다. 윤 작가는 하와이 이민과 사진 신부의 삶을 그린 '태평양을 건너간 사진 신부', 장영실과 이천의 과학 이야기인 '하늘을 품은 소년', 1907년 4월 고종의 헤이그 특사 파견을 다룬 '헤이그로 간 비밀 편지', 임진왜란 당시 일본에 강제로 끌려간 도공의 이야기를 담은 '조선의 도공 동이' 등을 출간한 바 있다.

이번에 출간된 '암태도 아이들'에는 3·1 운동 이후 농촌에 불었던 변화의 바람과 소작인 단체 결성 과정이 주인공 '정민'의 시점으로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소작농으로 대표되는 정민의 아버지를 필두로 소작인회가 결성되는 과정과 대지주들의 협박, 이에 대항해 부인회 등 암태도 전 주민들에까지 확대되는 과정 등이 구체적으로 담겨있다. 각 신문에서 연일 암태도 소작쟁의를 보도하고, 전국에서 지원금 모금활동이 전개되며 암태도 소작쟁의를 응원하는 장면도 생생하게 그렸다.

윤자명 작가는 "농민 대부분이 소작인으로 전락해 말도 안 되게 높은 소작료를 내야 했던 일제 강점기의 아픈 시대상을 기억하는 한편, 서로가 힘을 모아 협동하는 모습은 현재를 살아가는 어린독자에게 '연대의 힘'이 무엇인지 알려줄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