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리본의 약속
2021년 04월 13일(화) 16:35 |
에버 기븐호의 처리 과정은 많은 희생이 따른 세월호와 비교된다. 물론 견주는 대상이 진도군 조도면 관매도 바다 한가운데와 운하의 수로와는 많이 다르고 인명 피해도 천지차이다. 그러나 최악의 해난 상황에서 인명 중심의 해양구조, 사고 대응 능력과 기술력은 너무 대조적이다. 우리는 치밀함도 완벽함도 책임감도 없었고 사고공화국 대한민국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다. 476명 탑승객 중 미수습자 5명을 포함해 304명이 "선실에 그대로 머무르라"는 지시를 따르다 수장됐는데도 지금까지 누구 하나 제대로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세월호 참사후 일곱 번째 봄이다. 광주 충장로와 금남로 거리, 전국 곳곳이 '기억하고 함께하겠다'는 노란 리본으로 새노랗게 물들어가고 있다. 이들이 떠난 지 7번째 봄이 왔으나, "왜 구하지 못했냐"는 물음에 "혐의없음" 면죄부만 나오고 있다. 응어리진 아픔을 가슴에 안은 유가족들은 오늘도 거리에서 그날의 진실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의 일상이 안전한 사회가 되는 날까지, 하늘의 별이 된 아이들에게 한 '눈물의 약속'도 구두선에 그쳐 민망할 따름이다. 목포 신항의 녹슬고 빛바란 세월호 선체처럼 기억도 점점 녹슬어 가지 않을까 걱정된다. 하늘의 별이 된 아이들이 우리에게 묻는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은 밝혀졌나요"? 이용규 논설실장
이용규 기자 yg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