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적 유전자·유훈>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세상이 될 수 있을까?
유훈 한국표준협회 센터장
2021년 12월 08일(수) 15:11

'내가 만드는 로테르담(I Make Rotterdam)' 프로젝트. 공식홈페이지 캡쳐

우리는 도시라는 공간에 익숙하다. 도시는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설계된 공간이다. 거대한 빌딩과 대규모 아파트가 건설되어 왔고 그 사이를 효율적이고 경제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도로가 계속 확장되어 왔다. 주거지역과 상업지역으로 나누어지고 개발된 지역과 낙후지역으로 나누어진다. 야경은 너무나도 아름답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사실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사실 효율성에도 의문이 간다.

네덜란드 로테르담 시도 더 이상 효율적이지도 않으며 환경문제와 사회문제로 인해 고민하고 있었다. 이동의 편의성과 산업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건설된 도로와 철길은 커뮤니티와 커뮤니티를 단절시키고 사회적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은 슬럼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래서 2011년 로테르담 시는 대표적인 슬럼가인 '호프플레인'을 문화도시로 개발하는 도시재생사업을 발표하였다. 슬럼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커뮤니티와 커뮤니티를 연결하는 육교를 건설하기로 계획했지만 예산이 부족했다. 시간이 지체되면 커뮤니티는 회복 불가능 상태로 낙후될 것이고 이것은 도미노가 되어 가까운 지역으로 번질 우려가 컸다.

이때 'ZUZ'라는 건축사무소가 시민이 직접 육교 건설 자금을 모으는 프로젝트를 제안한다. 프로젝트의

목표는 '로테르담 육교 건설을 통한 도시재생'이었고, 방법은 시민 크라우드 펀딩으로 육교 건설 자금을 모으는 것이다. 그리고 프로젝트를 '내가 만드는 로테르담(I Make Rotterdam)'로 명명했다. 크라우드 펀딩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시민은 육교 상판 나무에 이름과 메시지를 새길 수 있도록 하여 시민참여를 유도했다. 프로젝트 시작 3달 만에 8000명 이상의 시민들이 참여했고, 목표액 10만 유로의 1/3을 달성했다. 예상치 못한 성과에 지자체가 예산을 지원하며 시민들이 그토록 원했던 육교를 건설했다.

가끔 강의를 하다가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세상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종종 던져본다. 그러면 다양한 의견들을 들을 수 있다. 누군가는 사회문제 중에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열거한다. 그리고 그것이 해결되면 더 나은 세상이 될 것이라고 한다. 또 누군가는 국가나 정책을 지적하기도 한다. 그리고 지도자를 잘 뽑아야 한다고 하는 학생도 있다.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은 없다. 로테르담 시의 'I Make Rotterdam 프로젝트'의 성공 요인을 살펴보면 크라우드 펀딩을 제안한 건축사무소와 시민들의 참여이다. 제안한 사람과 참여한 사람들의 마음에 공통적으로 무엇이 있을까?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이 더 나은 곳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아닐까 나는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세상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해보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이 더 나은 곳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렇게 될 것이다'라고 정리할 수 있다. 지금 살고 있는 곳이 더 나은 곳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은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을 것이다.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지 않을 것이다. 사회문제에 공감하고 제안을 하거나 문제 해결에 참여할 것이다. 그러면 세상은 조금씩 더 나아질 것이다.

유훈 한국표준협회 경영혁신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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