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온 쿰 푸리다'
2022년 02월 10일(목) 17:04
이기수 수석 논설위원
HDC현대산업개발이 신축 중이던 광주광역시 화정동 아이파크 아파트가 지난달 11일 무너지면서 실종된 노동자 6명 모두가 안타깝게도 생환하지 못했다. 구조 대원들이 이달 8일 오후 7시37분께 무너진 건물 26층 2호 라인 거실 쪽에서 6번째 실종자를 구조했다. 마지막 실종자가 구급차에 실려 가족 품으로 향하자 구조대원들이 도열해 거수 경례로 애도를 표했다. 사고 발생 29일만에 구조 대원들의 임무가 완료된 순간이었다. 영하 10도 안팎의 강추위와 추가 붕괴 위험에도 콘크리트 잔해를 부수며 묵묵히 매몰자 구조 활동을 벌인 구조대원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희생자 가족의 통곡 소리 영향도 있었겠지만 생존자 구출을 못한데 대한 아쉬움도 묻어있는 듯 보였다.

 1995년 6월 29일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에서는 건물 구조물 잔해 더미에 깔려있던 매몰자 3명이 사고발생 11일째,13일째, 15일째 각각 구조됐다. 당시 TV를 시청하던 국민과 붕괴현장에서 구조작업과 봉사활동을 하던 이들이 함께 기적같은 생환 드라마를 지켜보며 환호했다. 5년후 이같은 기적은 또 일어났다.2010년 8월 6일, 칠레 대지진의 여파로 인해 발생한 구리 광산 붕괴사고로 지하 700m 아래에 광부 31명, 트럭 운전수 1명, 조수 1명, 총 33명이 매몰되었다가 사고 발생 69일만에 전원 구조된 것이다.특히 구조 과정에 미국 기술진이 작은 관을 통해 나사(NASA)에서 제작한 특수 음식을 매몰된 광부에게 전달해 생존을 도운 것과 세계 각지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몰려 전세계인의 높은 관심과 이목을 집중시켰다.당시 광부 구조 활동을 이끈 구조대장은 ' 미시온 쿰 푸리다!(임무 완료)'를 외쳤고,이것이 TV 생중계를 통해 세계인에게 전파돼 강한 인상을 남겼다. 고민자 광주시 긴급구조통제단장(광주시소방안전본부장)은 8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마지막 피해자 구조를 완료했다"면서"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열악하고 위험한 고난도 현장에서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준 소방대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고 말했다. 구조대의 임무가 완료됐지만 완전 끝난 것은 아니다. 화정 아파트 붕괴사고를 통해 구조활동의 새로운 유산을 남겼으면 하는 바람에서다.사망 502명, 실종 6명, 부상 937명 등 한국전쟁 이후 가장 큰 인적 피해를 낸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를 계기로 건물들에 대한 안전 평가가 실시되었고, 긴급구조구난체계의 문제점이 노출되어 119중앙구조대가 서울·부산·광주에 설치됨으로써 우리들의 삶이 보다 안전해졌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로 탄생된 119 구조대들은 전례가 없는 이번 고층아파트붕괴사고와 구조 활동 경험을 살려 효과적인 구조 방법을 창안했으면 한다. 전국에 아파트는 넘쳐나고 부실 시공과 노후화,지진 등으로 건물 붕괴 사고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기수 수석논설위원

이기수 기자 kisoo.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