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토론의 힘
김성수 정치부장
2022년 04월 13일(수) 15:27

김성수 부장

미국 대통령 선거는 TV 토론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판세가 달라진다고 한다. 대선 후보들의 TV토론은 미식축구 주요 경기 시청률보다 잘 나온다고 하니 말이다.

특히 유권자들은 정책비전을 비롯해 제스처, 억양, 사용 단어 등 후보들의 면면을 통째로 파악할 수 있는 점에서 'TV 토론'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선은 유권자의 후보검증에 대한 갈증이 심하다. TV토론이 너무 제한적인데다 갈수록 횟수도 줄면서다. 지난 3월 대선에서 후보들은 법으로 정한 TV토론 횟수를 가까스로 넘겼다.

오죽했으면 국민들이 예능프로그램만 보고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깜깜이' 선거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겠는가.

대선 한 달을 남기고 치러진 TV토론(지난 2월 3일)은 국민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첫 토론회 시청률은 39%로 나타났다. 이는 1997년 15대 대선 이후 가장 높은 시청률이다.

하지만 TV토론은 후보간 네거티브 공방이 짙고 정책대결에서는 일부 후보는 미리 준비해온 답변서를 읽는 수준에 그쳤다. 국민들은 TV토론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대선도 TV토론이 '깜깜이'로 불리는 상황에서 지방선거에서 TV토론은 더욱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지지율·인지도 높은 후보들 사이에선 "나가면 손해"라는 인식까지 더해지면서 지방선거에서 후보 토론은 '실종' 수준이다.

4년 전 치러진 6·13지방선거에서는 서울, 경기, 경남 등에서 일부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TV토론 거부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6·1지방선거를 한 달 여 앞둔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광주시장 예비후보들이 'TV토론'을 놓고 신경전을 펼쳤다.

강기정 예비후보는 이용섭 예비후보에게 "'TV토론'을 회피하고 있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이에 이 예비후보는 "출마 선언 직후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방송사가 개별 요청한 일정을 소화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내 경선이 촉박한 상황에서 강 예비후보가 시민께 서둘러 검증 받자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예비후보 역시 아직 준비되지 않는 상황에서 섣불리 TV토론에 나서는 것은 불리할 수 밖에 없는 부분도 수긍이 간다.

다행히 두 후보간 TV 토론회(19일)가 성사됐다고 한다. 두 후보가 철저한 토론 준비를 통해 자신의 소신과 정책철학을 제시하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특히 민주당 경선 일정이 빠듯하지만 최대한 TV토론 횟수를 늘려 시민들에게 검증의 질을 높이길 기대해 본다.

김성수 기자 sskim@jnilbo.com seongsu.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