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패배 반성… "체제 정비 후 다시 시작"
▶6·1지방선거 그 후-군소정당||정의, ‘민주 대안정당’ 자리 빼앗겨||“'재창당' 수준의 환골탈태 하겠다”||진보, “진일보했다”…지도부 선거||“현 체제 속 존립 방향 고민해야”
2022년 06월 09일(목) 17:35
초조한 표정으로 출구조사 발표 기다리는 정의당. 뉴시스
6·1지방선거 이후 광주·전남 군소정당들의 거취가 주목된다.

지역에서 목표한 성과를 이루지 못한 이들 정당은 주민의 지지를 얻지 못한 점을 반성한다며 뼈를 깎는 혁신을 다짐했다. 중앙당의 일정에 맞춰 체제 전환 후 지역 내 튼튼한 정당으로 자리 잡겠다는 의지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안 정당'의 자리를 뺏기며 지역에서 완패한 정의당은 지도부가 총사퇴하며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구성에 비상이 걸렸다.

정의당 광주시당은 9일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을 했다. 이후 기존 체제를 유지하되, 오는 12일 열리는 전국위원회를 거쳐 비대위가 출범되면 그에 맞게 체제를 변경할 계획이다.

전남도당 역시 임기 9월 말까지인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중앙당 당직 선거를 지켜볼 예정이다.

정의당 관계자는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비토가 명확히 드러났다. 정의당 역시 제2당으로서의 역할을 자임했지만, 지방선거 과정에서 책임을 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선거 결과는 유권자들이 '정의당은 뭘 하는 정당이냐'는 질문을 던진 것 아닌가 싶다. '재창당' 수준의 환골탈태를 하겠다. 빠른 시일 내에 내부를 추스르고 여러 혁신을 통해 시·도민에게 인정받는 당의 모습을 보이겠다"고 약속했다.

목표했던 큰 승리를 거두진 못했지만 지역 내 광역의원, 기초의원 등 당선자를 배출하며 진일보한 진보당은 오는 7월 말 계획된 '진보당 2기 지도부 선거'를 통해 체제에 변화를 줄 계획이다.

광주시·전남도당 모두 △6월27일 공고 △7월4~5일 후보 등록 △7월18일~22일 투표 과정을 통해 중앙당부터 시·도당 지도부 모두를 선출한다. 진보당원이라면 누구든 출마할 수 있는 선거이기 때문에 출마자 상황에 따라 지도체제가 바뀔 전망이다.

진보당 관계자는 "지역 유권자들이 민주당에 실망했음에도 진보당을 민주당의 '견제 세력' 정도로만 생각하셨기 때문에 많은 표를 주지 않은 것 같다"며 "그동안 시·도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거나 목소리를 낼 기회가 부족했다. 지역 내 유일한 '진보 대안 정당'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당선인들과 시·군정에 집중하고 성장해서 힘 있는 정당의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다짐했다.

군소정당들이 향후 활로를 찾기 위해서는 지방선거 패배의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구체적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병근 조선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선을 거치면서 양당 체제 강화, 정치적 양극화 현상이 심화했다"며 "이번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이 광주·전남에 진정성을 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지역 보수층이 결집하면서 군소정당이 많은 당선인을 배출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군소정당에 관한 쟁점은 '내부 개혁' 문제라기보다 '정체성'에 관한 것이다. 단순히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의 차원이 아닌, 군소정당이 한국 정당 체제에서 어떻게 존립할 것인지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이제는 '노동'하면 '정의당'이 연상되지 않을 정도다. 그 부분을 성장시키거나 주류로 부각해 국민의 신뢰 등을 보완하려는 많은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제언했다.

김해나 기자 min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