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꽃
김성수 정치부장
2022년 07월 20일(수) 14:57 |
![]() 김성수 부장 |
松竹之節(송죽지절), 破竹之勢(파죽지세), 勢如破竹(세여파죽), 垂于竹帛(수우죽백), 胸有成竹(흉유성죽), 簞食瓢飮(단사표음) 등 대나무와 관련된 사자성어도 즐비하다.
송죽지절은 소나무같이 꿋꿋하고 대나무같이 곧은 절개를 의미한다. 파죽지세는 '대를 쪼개는 기세'라는 뜻으로, 적을 거침없이 물리치고 쳐들어가는 기세를 이르는 말이다. 세여파죽은 기세가 매우 대단해 감히 대항할 만한 적이 없다는 의미다. 수우죽백은 '대나무와 비단에 드리운다'는 뜻으로, 죽간(竹簡)이나 비단에 글을 써서 기록(역사에)으로 남긴다로 비유된다.
'곧은 절개' 등의 좋은 의미로 풀이되는 대나무는 아이러니하게 꽃을 피우면 죽는다. 대나무의 꽃말도 '지조, 절개, 인내'라고 한다.
대나무는 '백 년에 한 번' 꽃을 피운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대나무 개화주기는 30년, 60년, 120년이라고 알려진다.
그만큼 흔치 않은 일인데 최근 전남 곳곳에서 대나무 꽃이 개화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대나무는 꽃이 핀 뒤엔 대부분 말라 죽는데, 그래서 '개화병'이란 이름까지 붙여졌다.
아직까지 대나무의 개화·고사의 원인은 학계에선 알려진 바 없다. 다만 뿌리 번식을 하는 대나무는 영향이 부족해지면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되고, 이때 대나무는 자신이 보유한 모든 에너지를 총동원해 꽃을 피워 씨를 바람에 날림으로 다음 세대에 대비한다는 설이 있다.
중국 고전 '장자'에는 봉황에 대해 '오동이 아니면 머물지 않고,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먹지 않는다'고 해 대나무 열매는 봉황이 먹는 상서러운 열매로 알려져 있다. 대나무 꽃과 씨가 드물고 귀한 것이니 우리 선조들은 길조(吉兆)로 봤다.
하지만 팬더가 사는 서식지에 대나무 꽃이 피면 팬더는 이사를 가야하고 인도에서는 대나무가 꽃을 피고 열매를 맺으면 쥐들의 번식이 늘어 농사를 망친다고 해 기근의 재앙을 불러오는 흉조(凶兆)로 여겼다.
최근 전남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대나무 개화병이 확산중이다. 과거 선조들처럼 길조로 여긴 대나무 꽃을 반길 일인지는 의문이다. 코로나19 재 확산, 고물가에 '식물국회'로 전락한 정치권을 보고 있자면 대나무 꽃이 그저 달갑지 만은 않다. 혹여 흉조가 찾아올 거란 걱정부터 앞선다.
김성수 기자 sskim@jnilbo.com seongsu.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