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중학교 농구부도 금품 논란… 운동부 관행 여전
시교육청, 코치 금품 수수 감사 중 ||김영란법 이후에도 부적절 거래 ||대입 등 앞두고 감독 영향력 커져||권익위 조사서 ‘금품 제공’ 응답↑
2022년 09월 28일(수) 17:16
학교 운동부에서 관행처럼 이어져 온 금품·불법 찬조금 제공 등이 김영란법 시행 이후 상당부분 사라졌음에도 감독과 학부모 간 부적절한 거래가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래픽 최홍은.
광주지역 A고등학교 야구부 감독이 경기 출전 등을 조건으로 학부모로부터 뒷돈을 받았다는 신고가 접수돼 교육청이 감사에 나선 가운데 , B중학교 농구부 코치 역시 같은 혐의로 감사를 받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28일 광주시교육청 감사실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께 관내 B중학교 농구부 코치가 학부모로부터 매달 일정 금액의 돈을 받았다는 신고가 접수돼 감사를 진행 중이다. 코치는 현재 대기발령 조치됐다.

시교육청 감사실 관계자는 "해당 코치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어 다른 학부모들을 상대로 금품 수수 정황 등을 조사하려 한다"며 "경찰 수사 의뢰는 사실 확인 절차가 끝난 뒤에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학교 운동부에서 관행처럼 이어져 온 지도자 금품 수수 등 문제가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상당 부분 사라졌음에도 감독과 학부모 간 부적절한 거래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시교육청에는 지난 2016년 하반기 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학교 운동부 지도자의 금품·향응 수수 관련 민원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학벌없는사회를위한시민모임 측이 교육청으로부터 건네받은 '학교 운동부 민원발생 및 행정조치'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관내 초·중·고 운동부에서 총 10건의 민원이 발생해 교육청이 행정조치를 취했다. 이 중 운동부 지도자의 금품수수 관련 민원은 지난 2018년 B고교, 2019년 C중학교 등 총 2건으로 해당 지도자들은 해고됐다.



학교 운동부 내 촌지나 불법 찬조금 제공이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 10월부터 두 달간 전국 1000여개 공립 초·중·고교 운동부와 25개 공립 예·체능고교 학부모 3113명을 대상으로 부패인식 및 경험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2.12%가 '학부모회 등을 통해 불법 찬조금 모금을 요구받거나 제공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개인적으로 촌지를 요구 받거나 제공했다는 응답은 0.84%였다.

촌지 경험이 있는 응답자들은 평균 1.79회, 92만8100원의 금액을 줬고, 불법찬조금의 경우 5.09회, 117만3000원이라고 답했다.

응답자 대부분(34.7%·복수응답 가능)은 '주요 경기·대회 전후'에 촌지·불법찬조금을 요구받거나 제공했다고 답했다. 촌지·불법 찬조금을 제공한 이유는 '자녀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43.1%), '관행상·인사차'(37.5%) 등이었다.

학부모들도 자녀의 대학 진학·프로진출 등을 위해 감독에게 '뒷돈'을 건네는 등 검은 거래에 일조하고 있다.



A고 감독을 신고한 한 학부모는 '야구 명문'으로 알려진 A고교 야구부에 자녀를 입학시키고자 어렵사리 감독을 소개 받았고, '자녀의 야구부 적응' 등을 목표로 감독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A고 야구부 출신 자녀를 둔 다른 학부모는 "프로팀에 입단하려면 부모의 재력, 감독의 능력, 학생의 재능 이 3가지가 필요한데 그 중에서도 '부모의 재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며 "능력있는 학생들도 부모의 능력이 안되면 경기에 설 기회조차 얻기 힘들다. 반면 실력이 부족해도 부모가 감독에게 '지갑을 많이 연' 학생들은 대학도 원하는 곳으로 가고 프로에 수월하게 입단한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운동 지도자 금품수수 등 비리가 상당 부분 근절됐다고 평가한다.

광주시체육회 관계자는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지역 체육계에 지도자 금품 수수 등 운동계 촌지 문화가 사라졌다. 다만 학교 운동부는 대학 진학, 프로 진출 등에 감독의 영향력이 커 금품수수 등 비리가 불거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프로팀에 비해 자금력이 부족한 학교 운동부는 감독 월급만 나와 그동안 투수·타격코치들의 급여는 학부모들이 십시일반 모아서 해결했다"며 "그런 탓에 뒷말이 많았는데, 김영란법 시행을 기점으로 학교회계를 통해 코치들 급여를 챙겨주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제는 학교 운동부에서도 회계 부정을 찾아보긴 어려울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이번에 지도자 금품수수 의혹이 불거진 A고는 지난 2019년 후원회비를 회계에 편입시키지 않고 집행해 교육청 감사실로부터 시정통보를 받은 바 있다.

운동부 비리 관행을 없애기 위해선 비대한 감독 권한 견제·평가제 도입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교육청 체육예술융합교육과 관계자는 "지도자 대상 집체교육 방식의 청렴교육을 강화하는 등 노력 덕에 금품 비리가 상당 부분 줄었다"며 "2~3년 전부터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진학시 운동부 선발 과정에 외부 전문가 등을 파견해 평가의 객관성을 갖춰가고 있다. 다만 대학 진학, 프로팀 입단 과정에는 외부 평가제를 도입하기 어려워, 감독의 주관적 판단 반영 비율을 줄여나가는 방법을 다각도로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