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관 복원 과정 불거진 '검은비' 회수 논란
5·18 38주년 기념 정영창 작가 作||옛 전남도청 원형 복원 사업 일환||상무관 재정비 이유로 이전 명령||기증 의사에도 "적당한 장소 없다"
2022년 11월 22일(화) 18:15
5·18민중항쟁행사위 등은 22일 전일빌딩245에서 상무관 설치미술 작품 '검은비'의 회수 논란과 관련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옛 전남도청 원형복원사업에 따라 내년 초 상무관 개선공사가 시작되는 가운데 건물 내부에 방치된 설치미술 작품 '검은비'를 두고 철거·이전 논란이 일고 있다.

당초 전시를 기획한 5·18민중항쟁행사위를 비롯해 광주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은 검은비를 제작한 정영창 작가에게 작품 회수를 요구하고 있지만, 일각에서 5·18 상징성을 고려해 작품 존치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5·18민중항쟁행사위 등은 22일 전일빌딩245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영창 작가에게 앞서 고시한 12월31일까지 상무관에 방치된 검은비를 회수하라고 촉구했다. 검은비는 지난 2018년 5·18민주화운동 38주년을 맞아 5·18민중항쟁행사위가 정영창 작가와 협의해 상무관 기획전시로 준비된 작품이다.

이들은 "검은비는 2018년 첫 전시가 끝나고 여러 연장과정을 거쳐 2020년 4월부터 7월까지 마지막으로 전시된 이후 시민들 관람 없이 사실상 방치되어 있다"며 "정영창 작가는 첫 전시를 포함한 수차례 전시 연장과정에서 '전시 기간이 끝나면 작품을 반출·철거'하기로 약속했다. 그런데도 상무관 영구존치에 대한 주장이 나오는 것은 명백한 약속 위반이고 과도한 주장이다"고 말했다.

이어 "오랜 논의를 거친 '옛 전남도청 원형복원사업'이 내년 시작된다"며 "정 작가 작품으로 인해 오랜 숙원사업이 방해 받거나 지연되지 않도록 조속히 작품을 이전, 회수해 달라"고 말했다.

정 작가는 5·18 40주년을 맞아 광주시에 작품 기증 의사도 밝혔지만, 광주시는 작품 규모에 맞는 적당한 보관 장소가 없고 이전 과정에서 작품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기증받기 어렵다고 밝혔다.

기획전시 주관단체인 5·18민중항쟁행사위 또한 작가가 명확하게 동의하지 않는 상황에서 작품 이전 과정이나 활용방안을 책임지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 작가는 "필요할 때는 관계기관이 나서서 작품 전시 기한을 연장하더니, 지금은 작품을 광주시민들에게 헌정한다고 해도 안 된다고 한다"며 "당시 전시를 연장하는 과정에서 절차상 필요한 서류들에 서명했지만, 작품의 상징성을 고려해 광주시와 함께 활용방안을 논의하자는 취지로써 중재안을 제시해도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하니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검은비는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신을 안치했던 상무관에 설치된 대형 설치미술 작품이다. 작품은 가로 8.5m 세로 2.5m 크기로 100㎏이 넘는 쌀알을 검은색으로 물들여 일일이 캔버스 위에 붙여진 형태다.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던 정 작가는 지난달 원형복원 공사에 방해되지 않도록 공사 기간 작품을 한쪽으로 옮겨놓고 원형복원이 끝나면 적당한 장소에 작품을 전시해달라는 중재안을 광주시에 제출했다. 하지만 광주시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옛 전남도청복원추진단, 5·18 민중항쟁 기념사업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해당 작품을 인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