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노휘의 길 위의 인생 91> 그곳에 가면 모든 불편한 여행이 '용서'가 된다
카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 첫 번째
2022년 12월 15일(목) 15:21
피레네 산맥을 넘는 순례자. 차노휘

왜 순례자들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향할까?

겨울 방학을 앞둔 학생들에게 방학 계획을 물으면 대부분 자격증 공부 아니면 여행이라고 말한다. 정년을 앞 둔 직장인들도 건강이 허락한다면 한 1년 세계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소망을 밝힌다. 여행은 누군가에게 도전이면서도 휴식이며 자유가 된다. 힘든 여행을 했어도 지내놓고 보면 추억이 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런지 여행 강연을 하거나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추천해주고 싶은 여행지를 묻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그럴 때면 나는 가능하면 '일찍', '혼자', '그곳'을 '경험'하라고 말한다. '일찍'이라고 말했지만 실은 나이하고는 상관이 없다. 걸을 수 있는 다리만 있으면 된다. 세계 각국의 모든 연령층이 몰려드는 곳이기 때문이다. 눈치 챈 분도 계시겠지만 그곳은 바로'산티아고 순례길'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추천하고 나면 어김없이 나는 이렇게 덧붙인다. "그곳을 다녀오면 모든 여행이 '용서'가 됩니다. 그 다음부터는 어떤 불편한 여행도 편해진다니까요."모든 불편한 여행을 용서할 수 있는 그곳. 나는 그곳을 이곳에 세 번에 걸쳐서 소개하려고 한다.

순례자들의 흔적. 차노휘

성 야고보가 있는 별들의 들판

사람들은 산티아고 순례길을 '카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라고도 부른다. 카미노는 스페인어로 '길'을 뜻한다. 좀 더 풀어서 말하면 카미노 데 산티아고는 '산티아고로 가는 길'이 된다. 지도에서 보는 것처럼 산티아고로 가는 길은 다양하다. 하지만 모든 길은 한 곳을 향한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라는 작은 도시(지도에서 왼쪽 윗부분에 있는)이다.

순례길 2일 차 묵었던 론센스바예스 알베르게가 있는 수도원. 차노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가 순례자들의 최종 목적지가 된 데에는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사람인 성 야고보(Saint Jacques)와 관련이 있다. 그는 포교 활동을 하다가 예루살렘으로 돌아온 42년에 헤롯왕에게 참수형 당한다. 그가 순교 한 뒤, 제자들은 그의 사체를 파드론을 경유하여 그 당시 유럽 사람들이'세계의 끝'이라고 믿었던 '피니스테레(Finisterre)'에 묻는다. 세계의 끝인 만큼 피니스테레는 이교도들의 땅이었다. 그 중 이교도의 여왕인 루파(Queen Lupa)와 로마 사절단이 공모하여 성 야고보 사체와 그의 제자들을 없앨 계획을 세운다. 성인의 무덤이 있는 곳은 바로 성지가 되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시작된 야고보의 제자들과 이교도 및 로마 사절단과의 숨바꼭질이 무려 771년 동안 이어진다. 771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어느 날, 펠라요(Pelayo) 수도사는 유난히 '밝은 빛(혹은 별)'이 하늘에서 반짝이는 것을 본다. 그 빛에 이끌려서 가게 된 곳이 리브레돈 들판이다. 마침내 성 야고보의 무덤을 발견하게 된다. 리브레돈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라고 불리기 시작한다. 즉, '성 야고보(Sant Iago)가 있는 별(Stella)들의 들판(Compos)'이 도시 이름이 되어버린 것이다.

순례자 상점. 차노휘

지금도 산티아고 대성당 지하에 성 야고보의 무덤이 있다. 무덤 위에 바로 성당을 세워서 대성당을 성 야고보의 무덤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성 야고보의 무덤은 중세시대부터 수많은 순례자들을 불러들였고 현재에도 여전하다. 현재에는 내 개의 유명한 순례길이 있다. 프랑스 길(지도에서 녹색길), 은의 길(갈색), 북쪽 길(연두색), 포르투갈 길(빨간색)이다. 프랑스 길(Canino de Frances)은 1985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에 등록되었다. 나는 프랑스 길(800km)과 포르투갈 길(700km)를 다녀왔다. 순례자라고 해서 다 종교적인 이유로 걷는 것은 아니다. 복잡한 현대 사회의 욕구에 맞게 다양한 이유로 사람들이 카미노 위에 선다. 나또한 그랬고 그 길은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된 길이었다. 그래서 산티아고 순례길은 더욱 의미 있는 곳이기도 하다. 차노휘〈소설가, 도보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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