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일의 '색채 인문학'>이발소 네온사인, 파란색 '정맥' 빨간색 '핏빛' 하얀색 '붕대'
(179) 색채와 신체
2022년 12월 20일(화) 11:49

색채와 병명

기울어진 빨간색과 파란색 그리고 하얀색의 배열이 상점 앞 기둥으로 세워져 있다면 당연히 이발소이다. 이발소 앞에 설치된 네온사인의 파란색은 정맥을 상징하며, 핏빛과 붕대는 빨간색과 하얀색이다. 특히 중세시대에는 머리카락을 외과 의사가 잘랐다. 이렇듯 색은 질병의 징후뿐만 아니라 치료의 수단이 될 수도 있다.

벤슨(John Benson)은 1907년 12월호 미국 임상의학협회지 기고 글에서 피부색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피부가 퍼렇게 밀랍(蜜蠟)질로 되거나 입술이 창백하다면 빈혈(貧血)의 징후를 지적하였고, 장티푸스(腸-, typhoid)에 걸리면 머리와 복부에 파란빛을 조사(照射)하였다."

파피루스(Papyrus, 나일강 변에서 자라는 풀을 짓이겨 만든 종이로, 이것이 사용된 연대는 기원전 1500년경이다. 이 문헌은 세상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책이라고 부르고, 길이는 68피트)에 적힌 고문서(古文書)에는 색채와 관련된 태아의 성별을 판별하는 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수태기(受胎期)가 지나 다음번 수태기에 당신 처의 얼굴이 푸르게 보이면 남자아이를 낳는다."

색채치유연구소 소장인 박광수는 색깔과 오장육부(빨강은 심장, 노랑은 위장, 파랑은 간, 하양은 폐, 검정은 신장, 은색은 대장, 분홍은 소장과 자궁, 녹색은 쓸개와 짝이 됨)를 연관시켰다. "파랑은 간과 짝이 된다고 하였다."

색채와 처방

폰자(Ponza)는 1875년 창문을 색유리로 끼우고, 벽과 가구까지도 유리창 색과 같은 색으로 칠한 몇 개의 방을 만들었으며, 주로 빨간색 방과 파란색 방에서 실험하였다. 파란색 방의 효과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광란적인 환자라도 파란색 유리창 방에 들어가면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서 조용해진다."

2013년 미국 오하이오주에 있는 클리블랜드 클리닉(Cleveland Clinic)에서는 다양한 소변의 색깔 11가지를 공개하였다. "투명한 무색은 물을 너무 많이 먹었다는 뜻이다. 물을 적게 마시는 편이 좋다. 엷은 짚색은 정상이다. 건강하고 적절한 수분을 보유하고 있다. 투명한 노란색은 정상이다. 짙은 노란색은 정상이지만, 수분을 조금 보충하는 편이 좋다. 호박색 또는 꿀색은 몸에 수분이 부족한 상태다. 바로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시럽색 또는 갈색은 간 질환이 있거나 혹은 심각한 탈수 상태일 수 있다. 물을 마시고 해당 증상이 지속되는지 살펴본 뒤 병원에 가는 편이 좋다. 분홍색 또는 붉은색은 최근에 사탕무나 블루베리 등 소변을 붉게 변화시키는 식품을 먹었을 수 있다. 만약 아니라면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온 것일 수 있다. 신장 질환, 종양, 요로감염, 전립선 혹은 다른 기관에 문제가 생긴 것일 수도 있다. 납 혹은 수은 중독의 가능성도 있다. 주황색은 물을 충분히 마시지 않은 상태일 수 있다. 혹은 간이나 담즙에 이상이 있을 수도 있다. 식용 색소 때문인지도 모른다. 파란색 또는 녹색은 단순한 건강 이상과는 다른 증상이다. 드물지만 소변 색깔을 파랑이나 녹색으로 바꾸는 유전 질환이 있다. 하지만 이는 식용 색소 또는 약물 복용에 의한 것이다. 보라색은 보라 같은 오줌은 없다. 거품이 있는 노란색은 해롭지 않은 수력의 효과일 수 있다. 하지만 식단의 과도한 다이어트로 단백질이나 신장 문제를 나타낼 수 있다. 거품이 항상 발생하면 의사에게 진찰을 받는 것이 좋다."

색채와 기(氣)

리드비터(Leadbeater, Charles Webster, 1854년~1934년)는 그의 저서인 인간의 가시적, 불가시적 특질(Leadbeater, Charles Webster, Man Visible and Invisible, Theosophical Publishing Society, London, 1920.)에서 기(氣)의 의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서술하였다. "짙은 파란색은 종교적으로 감명받은 사람에게, 연한 파란색은 고매한 이상을 가진 사람에게 나타난다. 야만인에게서 발산되는 기는 머리 위로 회색빛이 보이는 파란색과 흐릿한 주황색, 색의 경계가 불분명하다. 보통 사람들은 높은 주파수의 색, 진한 빨간색, 밝은 파란색이 나타난다. 어떤 일에 헌신적인 사람들은 푸른색 빛이 넓게 퍼지는 모양의 기가 발산된다."

따라서 기를 볼 수 있는 사람은 인간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문화예술 기획자/ 박현일(철학박사 미학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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