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칼럼>광주시립미술관장, 큐레이터가 아니라 디렉터 뽑아야
1992년 전국 최초 지자체서 설립
30년동안 공립미술관 발전 선도
전시강화·비엔날레와 협업숙제
관장 재공모 전국에서 13명 지원
조직 이해 하고 조정 적임자 누구
2022년 12월 29일(목) 16:37
이용규 논설실장
광주시립미술관장 공모가 진행되고 있다. 민선 8기 강기정 시장 취임 후 진행한 1차 공모에서 적임자를 뽑지 못하고 3개월만의 재공모였는데, 전국에서 13명이 지원할 만큼 주목을 끌고 있다.

공공미술관은 지방자치단체의 필수문화기관이다. 시민 문화 향유 등 그 기능은 무궁무진하다. 최근들어 미술관이 지역발전의 공공 문화인프라로서 그 쓰임새와 가치는 더욱 커져가고 있음을 실감할수 있다.

이번에 뽑히는 광주시립미술관장은 30년 성과 위에 미래 30년, 광주시립미술관을 한단계업그레이드 시켜야 하는 막중한 미션이 그의 어깨에 놓여있다.

올해 개관 30년을 맞은 광주시립미술관은 공공문화예술기관으로 소임과 그 역할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광주시립미술관은 크게 3기 시대로 나눠 그 활동 영역을 들여다볼수 있다. 제1기시대는 1992년 문화예술회관 개관과 함께 한켠에 광주시립미술관 간판을 내건 태동기다. 지역미술계 원로들이 문화예술회관 건물에 미술관을 세워달라는 강력한 요청에 의해 전국 최초로 지방자치단체에서 설립한 미술관이었다. 예산도 없었고 대관과 비엔날레 업무가 주역할이었다. 이름만 있는 미술관이라는 표현이 딱들어맞는다. 그래도 미술인 뿐만 아니라 지역민의 자긍심은 높았다고 할 수 있다. 제2기는 1999년 12월 광주비엔날레와 분리후 2006년까지 광주문예회관시대다. 지금과 비교는 안되나 전시 예산도 책정되고 공공 미술관으로서 나름 기반을 닦는 시기였다. 2007년 중외공원시대를 연 3기에서는 올해 개관 30년전을 성대하게 자축했고 한단계 발전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30년 광주시립미술관의 눈부신 성과는 지방공립미술관 발전에 견인차 역할이다. 중국 베이징 분관, 국제교류 작가 창작 지원사업, 서울 전시관, 교육과 작가지원, 작품 보유 등 다른 지자체 미술관과 비교해 독보적이었다. 학예연구 인력도 14명이나 되니 지방공립미술관 규모로서는 상위권이다. 학예사 3~4명으로 운영되던 개관 시절은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얘기이다. 부산, 대전시립미술관도 따라오지 못할 정도다. 한때 지방공립미술관에서 부동의 1위를 달렸던 성적표는 당연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최근 7~8년 정부의 평가 기준 항목을 종합해보면 전국 지방 광역미술관 중에서 상위 톱클래스에서 밀려난 수준이라는 게 미술계 안팎의 대체적 평가다. 다양한 원인이 있고, 한편으로는 다른 공립미술관의 발전이 많았다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미술관 기능에서 최고의 꽃은 전시다. 그만치 중요하다는 얘기다. 블록버스터전은 시민들을 미술관으로 흡인하는 가장 매력있는 동력원이다. 특정 분야, 전문가들만 자화자찬하는 기획전으로서는 시민들의 발길을 미술관으로 끌어들이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최근 8년동안 광주시립미술관에서 대형 전시는 없었다. 최근 성황리에 끝난 이건희컬렉션에서도 블랙버스터전의 위력은 드러낸다. 이건희 컬렉션전이 MZ세대의 미술품에 대한 관심을 폭발적으로 이끌어냈고, 최근 미술품 투자의 주요 고객이 MZ세대임을 감안하면 시사하는바가 크다. 이건희 컬렉션이 진행된 광주시립미술관의 관람객 숫자도 60일간 시간마다 200명으로 제한, 하루 8시간 운영했는데 비수기 500명, 성수기 1000명을 넘어설 만큼 관람객이 몰렸다. 한국 최고 재벌의 미술작품 컬렉션그 자체가 대중의 이목을 끌었다. 미술품이 갖는 힘을 실감하는 대목이다.

시립미술관은 시민들의 복합 여가공간으로서도 막중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미술관마다 어린이미술관, 미술관을 정원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로 지역민에게 선보이는 문화행사는 이젠 친숙해졌다.

해외출장을 가면 그 지역의 미술관을 둘러보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도 문화티를 내는 별난 사람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우리들의 일상에서 미술관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져가는 단면이다. 수준높은 미술관은 그 지역의 호감지수를 높여주는 도시발전의 인프라로서 손색이 없다. 우리나라 미술관에서 특색있는 전시가 있으면 관람을 기다리는 장사진을 보는 것도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된 지 오래다.

그렇기에 시립미술관장의 역할이 주목받지 않을 수 없다. 민선 시대 개방형 기관장이다보니 자천타천 하마평도 무성하고 각종 소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미술계 주변을 뜨겁게 달군다. 유독히 광주는 시립미술관장 공모에 관심이 많다. 문화도시를 표방하는 시민으로서 문화향유에 밀접한 관련이 있어 하마평에 오른 이들이 여론에 검증을 받기도 하나, 도마위에 올라 난도질 당하는 사례도 많다. 재밌는 사실은 광주시립미술관장이나 시립민속박물관장의 직급이 4급인데 박물관장의 이름은 몰라도 미술관장의 이름을 알고 있을 정도이다. 미술관에 민원도 많고 일도 많다는 뜻이다.

광주시립미술관의 학예 인적 구성은 다른 공립미술관에 비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뛰어난 전시 능력도 보여줄 역량을 갖췄다는 얘기다. 그러기에 신임 미술관장은 그동안 전국에서 독보적 정책으로 자리를 굳힌 광주시립미술관의 교육 분야, 작가 지원 등을 더 내실화하면서 학예·연구 인력의 역량을 이끌어내는 조력자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미술관의 경우 앞으로 3~4년내 학예 인력의 순차적인 세대교체가 이뤄져 전문 인력 공백없이 연착륙을 할 수있는 기반을 다져야 한다.

개성이 강하고 관료화된 학예·연구 조직을 소통하고 조정하는 능력은 수장이 갖춰야할 최고 덕목이다. 관장 본인이 필드에 나서서 스타플레이어로 뛰어선 안된다는 얘기다. 그동안 시립미술관장은 민선 7기를 제외하고 지역출신 작가, 교수, 미협회장 등이 맡아왔다. 이들은 문화도시의 문화기관을 대표하는 중량감으로 현재 미술관 위상을 세우는 데 일조를 했으면서도, 공고한 지역화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렇다고 외부 출신 관장 평가도 지역과 소통이 부족했고 조직 불협화음 등으로 그다지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하는 편이다.

미술관은 개인의 역량도 있지만 시스템으로 일한다. 그래야만이 건강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오로지 미술관의 본래 기능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도시발전의 동력으로서 키워낼 역량을 갖춘 사람이면 자격은 충분하다. 특히 세계적 전시 역량을 갖추고 있는 광주비엔날레와 미술관의 협업은 피할 수 없다. 문화로 광주발전을 모색하는 것은 광주 미술계에 주어진 시대적 과제이다. 미술관도 30년의 역사를 통해 충분한 내공과 실력을 축적했다. 비엔날레도 지역과의 협업을 통한 작업이 숙원이기에 미술관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문화도시 광주를 상징하는 문화기관으로서 광주시립미술관장이 짊어져야할 과제이다. 과거의 전력과 실적면에서 객관적 자격을 갖추었다면 지역에 관계없이 큐레이터든, 교수든, 작가든, 어느 누구에게나 문은 열려있을 것이다. 그동안 지방 공립미술관을 선도해온 광주시립미술관은 도약이냐 정체냐의 기로에 서있다. 민선 8기 광주시 슬로건이 ‘내일이 빛나는 광주’, 중의적 뜻을 담고 있는 ‘내일’에는 미래의 뜻도 강하다. 광주시립미술관장 선임은 광주시립미술관의 또 다른 미래의 리트머스 시험지다.
이용규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