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특집·우크라이나 전쟁과 고려인>재난 고려인 보호, 새로운 규범·제도적 틀 필요
김영술의 우크라이나 전쟁과 고려인 ①프롤로그
폴란드행 항공기 전쟁 영향
러시아 영토 통과 않고 우회
우크라 난민 780만명 넘어
피란 고려인 국내 1200여 명
광주 843명으로 가장 많아
난민위기는 여성·아동 위기
민간단체 위주의 고려인 지원
2023년 01월 01일(일) 14:42
우크라이나에서 폴란드로 피란한 고려인 여성.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에 전쟁이 시작되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우크라이나인 난민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 중에는 고려인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우크라이나 피란 고려인은 한국을 제외한 대부분 나라에서는 임시 난민 위치로 인도적·정책적 지원을 받지만, 우크라이나를 떠나 한국에 입국하는 고려인은 난민의 위치에 속하지도 못하고 이주자에 속한다. 동시에 고려인은 재외동포의 위치를 가졌지만 기본권 보장이 되어 있지 않아서 한국 정부로부터 사회·경제적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한국사회가 사각지대에 위치한 피란 고려인 보호에 대한 방안은 무엇이며, 새로운 규범이나 제도적 틀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를 시리즈로 제시한다. 편집자 주



폴란드로 피란 온 우크라이나 고려인을 돕고 있는 김민호 선교사. 그는 100여 명의 고려인을 한국으로 보냈다.


프롤로그

 2022년 9월 27일부터 2022년 10월 15일까지 18일 간 우크라이나 피란 난민 조사가 이루어졌다. 조사 목적은 전쟁과 피란 고려인 문제였으며, 탐방국가는 우크라이나 국경 및 비국경 국가 5개국 폴란드, 독일, 체코, 헝가리, 루마니아였다. 인천공항에서 폴란드 바르샤바로 가는 항공기는 아침 시간이라 출발부터 쉽지 않은 여행길이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특별한 것은 이번 항공기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하고는 다른 경로를 보였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 영토는 전혀 통과하지 않았다. 예전 같으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통과하면 1시간 정도 단축이 되는데 이번에는 비행시간이 총 12시간 30분이 걸렸다. 한국에서 바르샤바까지 가는 항공기는 한국-중국-카자흐스탄-아랄 해 북부-카스피 해-아제르바이잔-조지아-터키쪽 흑해를 지나 루마니아-헝가리-슬로바키아-폴란드로 약간 우회하였다.

 폴란드로 가는 대형 항공기에는 한국 여행객이 대부분이다. 인접 국가로 가는 사람들, 북유럽으로 가는 사람들이 러시아를 통과하지 못하니 여기에서 환승하고 있다. 바르샤바가 동유럽의 교통 허브가 되고 있다. 한국 항공사가 머뭇거리는 순간 발 빠르게 폴란드 항공이 차지한 셈이다. 체코와 슬로바키아에 한국의 기아와 현대 자동차 공장이 있기도 하다. 자원이 없는 폴란드는 기술 강국을 위해 교육을 국가의 핵심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옆 자리에는 폴란드 한국 LG에너지솔루션에 근무하는 폴란드인 직원이 한국에서 교육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다. 그 옆에는 한국인 사업가인데 폴란드에서 4년 째 가족과 정착해 살고 있다.
 버스를 타고 시내에 있는 숙소로 왔다. 광주에서 새벽 2시에 출발해 폴란드 공항에 한국시간으로 밤 12시에 도착했으니 숙소이동 시간 포함하면 24시간이 걸린 셈이다.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에서 미국은 러시아 간의 패권을 두고 전쟁에는 참전하지 않고 진행되는 선언되지 않은 전쟁(Undeclared war)을 하고 있다. 러시아가 시작한 전쟁에 갈수록 미국과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강력한 무기 공급을 지원하고 러시아는 더욱 강하게 이에 대응하면서 우크라이나 민간인의 심각한 살상, 주택과 사회시설이 파괴되고 있으며, 오히려 전쟁은 연장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난민이 발생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인들은 세계 각국으로 이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난민 중에는 고려인들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2022년 12월 13일 기준 파악된 우크라이나의 난민은 783만 명 이상(누적 1,608만 명 이상)이다. 이중에 어린이와 여성이 전체의 90% 이상이다. 우크라이나 어린이 절반 이상이 피란민이 되었다(유니세프한국위원회, 2022). 이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가장 큰 유럽 난민 위기를 나타내고 있다.
 수백만 명의 난민 여성은 건강, 안전, 그리고 생계 및 돌봄과 관련하여 엄청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남성이 징집되면서 여성이 가정의 가장이 되었다. 여성 가장 가구의 증가에 따라 빈곤과 사회적 지불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피란 국가에 도착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아이가 있는 여성이며 매우 취약해서 심리적 도움이 필요한 상태에 있다. 여성들은 생계와 자립, 주거, 자녀와 부모 돌봄, 보육, 언어적 한계, 취업, 건강, 자녀교육, 안전 문제, 가족 분리, 사회적 고립, 전쟁으로 인한 트라우마 등으로 자신의 삶에 엄청난 어려움을 받고 있다. 이처럼 피란민 여성은 피란민과 여성이라는 다중적 취약성을 가지게 된다. 전쟁은 실향민과 여성, 아동, 장애인과 같은 소외 계층에게 불균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국내에도 우크라이나 피란 고려인 여성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외교부 자료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고려인은 2021년 12월 기준 남자 6,916명, 여 5,795명으로 총 12,711명이다. 우크라이나 지역별로 고려인이 다수 거주하고 있는 곳은 미콜라이우 주 1,751명,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 주 1,446명, 헤르손 주 1,253명, 도네츠크 주 1,124명, 자포리자 주 931명, 오데사 주 773명, 키이우와 키이우 주에 493명, 루간스크 482명, 하르키우 주 394명, 기타 등이다. 이 숫자에는 러시아가 장악하고 있는 크림공화국(2,877명)과 세바스토폴(150명) 고려인 3,027명이 포함되어 있다. 이 수를 제외하면 9,684명이 된다.

 이 중에서 국내 체류 우크라이나 고려인은 2022년 10월 31일 기준 3,375명이다. 국내에도 우크라이나 피란 고려인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등록된 우크라이나 고려인이 2월 28일 기준 2,413명에서 10월 31일 3,375명으로 962명이 늘어났다(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2022).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10개월이 지난 현재 우크라이나를 탈출해 해외로 간 고려인 피란민은 3천여 명 정도로 언급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국경 주변 국가 고려인 지원 활동가들에 의하면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으며 수천여 명이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 입국한 우크라이나 피란 고려인 동포 수는 1,200여 명 정도이다. 피란 고려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광주광역시는 2022년 12월 02일 기준 광주 민간단체의 항공권 지원이 843명에 달한다(사단법인고려인마을, 2022). 이들은 주로 인접국인 폴란드, 루마니아, 헝가리, 몰도바, 슬로바키아 등으로 탈출했다. 러시아나 벨라루스, 심지어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으로 향한 피란민도 있다. 전쟁의 장기화와 생활터전의 파괴로 우크라이나로 귀국을 포기하고 한국행을 택했다. 유럽 현지 조사에 의하면 앞으로 폴란드 등지의 고려인 지원 단체를 통해서 한국으로 입국할 우크라이나 고려인 피란 대기자는 거의 없는 상태다. 지금 현재 피란 상황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고려인들은 단기 동포방문비자(C-3) 등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우크라이나 전쟁의 피란 고려인들은 주로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임시 난민 지위의 위치 및 다른 국가로의 초국가적 이주 및 정착, 또는 우크라이나로의 귀환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에서는 이들을 어떻게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회복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없다.

 국내 우크라이나 전쟁의 피란 고려인 문제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는 우크라이나 피란 고려인의 위치 문제이다. 우크라이나 피란 고려인은 한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는 임시 난민 위치로 인도적·정책적 지원을 받지만, 우크라이나를 떠나 한국에 입국하는 고려인은 난민의 위치에 속하지도 못하고 이주자에 속한다. 동시에 고려인은 재외동포의 신분 위치를 가졌다. 그렇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발생한 피란 고려인의 위치는 임시 난민인가 이주자인가? 여기서 재외동포인 고려인은 어떠한 위치에 있으며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둘째는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피란민뿐만 아니라 한국에 입국한 우크라이나 고려인의 보호 요구를 해결하지 않은 한국 정부 대응의 부적절함이다. 유럽에서는 같은 민족도 아닌데 인도적인 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탈주민은 지원하지만, 고려인은 지원하지 않고 있다. 더군다나 같은 민족도 아닌데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은 지원하였다. 분명히 고려인은 재외동포 신분으로 한국 정부의 보호가 가능한 범위에 있는 사람들이다. 오히려 한국 피란 고려인들이 우크라이나에서 구제책이 없어 실존적 위협을 피해서 온 더 넓은 범주의 생존 이주자일 수 있다. 이들의 탈출 이유는 전쟁에 따른 생존 시설 붕괴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들은 생존 존재 붕괴의 맥락에서 국제 인권법에 따라서도 보호가 필요한 자들이다.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 피란 고려인을 지원하지 않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 지이다. 셋째는 국내 난민수용에 있어 아직 글로벌 이주 거버넌스가 작동한 적이 없었다. 유럽 국가들은 이번 우크라이나 난민수용에서 다양한 이주 지원 거버넌스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한국 사회는 사각지대에 위치한 이들 보호에 대한 방안과 새로운 규범이나 제도적 틀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의 문제를 가지게 되었다.

전남대 글로벌디아스포라연구소 연구교수
편집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