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오방색에 깃든 치유와 평화
이강하미술관, ‘이강하:또 다른 세계’ 2월2일부터
1980년대 대표작 ‘맥’연작 미공개작 등 13점 공개
2023년 01월 30일(월) 16:58
이강하 작 ‘맥’ 연작 중 ‘의식구조’. 이강하 미술관 제공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많은 한국 구상계 작가들은 ‘무엇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두고 많은 고민을 해왔다. 현실과 자신의 역사적 경험 사이에서 자신만의 작업을 리얼리즘으로 구현시켜야 한다는 책임감 또한 동반됐다. 당시 시민군으로 활동했었던 이강하 작가의 고민 역시 다르지 않았다. 1970년부터 남도사람들의 애환과 한국미술의 정체성에 관심을 두고 작업탐구를 시작했던 이 작가는 1980년 조선대학교 미술학과에 재학하면서 탐구에 증폭기를 맞았다. 작업에 대한 고민은 오래갈 수 없었다.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이 발생하면서 시민군으로 나서게 됐고 그 결과 2년여간 지명수배자로 전국 사찰을 돌며 은둔생활을 하게됐다. 그의 삶에서 가장 불운하고 불온했던 당시 마주했던 전국의 자연풍경과 사찰의 한국 전통 단청무늬, 그리고 남도 오방색의 색채는 이 작가의 지친 심신을 치유함과 동시에 자유와 평화를 상상하게 하고 또 다른 세계로 연결하는 새로운 사상적 통로가 됐다.

오는 2월2일부터 3월23일까지 광주 남구 이강하미술관 이강하: 또 다른 세계’전에서 선보이는 ‘脈 맥’연작에는 1980년대의 사회성이 반영됐다. 이 작가는 불교와 샤머니즘에 관심, 그간 연구해 온 전통적 민족정서와 가치, 역사 사상에 대한 근본을 ‘맥’연작에 오롯이 담아냈다. 특히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발’ 로 인해 ‘맥’연작은 우리민족 전통의 ‘감춤의 미학’과 더불어 ‘신비스러운 시각 효과’를 구성해내고 있다. ‘발’ 뒤에 불상이나 사천왕, 탈, 인물 등을 섬세하게 그려 극사실적 효과를 내면서 ‘발’을 통해 감추어진 전통문화와 사상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회화 방식은 샤머니즘적 내지는 유교적 정서와 사고에서 출발하고 있고 오랜 시간 캔버스에 달아 붙어, 수행하듯이 그려나가 얻어낸 설득력과 집념의 독자적인 결과물이다.

이번전시에서는 ‘맥’연작 13점 중 그동안 한번도 소개되지 않았던 작품 5점도 최초로 공개돼 더욱 관심을 모을 전망이다.

이강하 미술관 관계자는 “ 이번 ‘이강하 : 또 다른 세계’ 전시를 통해 이강하미술관의 정체성을 수립함과 동시에 故 이강하 작가 연구와 소장품의 관리·보존의 중요성을 시민 및 관람객들에게 소개하고 나아가 지역의 문화자원 활성화와 소통 및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2018년 개관해 지역을 너머 국내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이강하미술관은 1년 중 한번 故 이 화백의 대표 작품을 시대의 주제 및 흐름에 맞추어 선보이는 소장 작품 전시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지역의 작고 작가 과거 시대적 작품을 통해 ‘과거-현재-미래의 시대와 세대를 연결하는 전시회’들을 구현하는 목적을 두는 역할도 이어가고 있다.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