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마스크 벗기는” 상당수 착용… 일부 혼선도
●실내 마스크 해제 첫날
“불안한 코로나 확산세 걱정돼”
등굣길·교실서 착용한 채 대화
지하철·택시 승차 못해 발동동
2023년 01월 30일(월) 17:59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30일 광주 서구의 서석중학교 교실에서 학생들이 마스크를 쓴 채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혜인 기자
30일부터 일부 시설을 제외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권고로 전환됐다. 시민들은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소식에 홀가분해 하면서도, 코로나19 유행으로 오랜 습관이 된 탓인지 마스크를 쉽사리 벗지 않는 모양새다. 대중교통과 병원 등에서는 마스크 착용 의무가 유지된다는 방침에 혼란스러워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8시께 광주 서구의 서석중 학생들이 반 배정을 위해 교문을 들어섰다. 대부분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거나 손목에 끼운 채로 교실로 향했다.

3학년이 되는 김보민 군은 “부모님도 저도 사람이 많이 몰려있는 곳에 가면 마스크를 쓰는게 버릇이 됐다. 코로나도 독감도 유행인 시기인지라 마스크를 벗기가 조심스럽다. 당분간은 쓰고 다닐 예정이다”고 말했다.

2학년이 되는 김태환 군은 “자율화 소식을 듣고 마스크를 챙겨갈지 말지 고민했는데 부모님이 혹시 모르니 가져가라고 당부했다. 학교에 와보니 친구들 대부분이 쓰고 있길래 가방에서 바로 마스크를 꺼내서 착용했다”며 “벗으면 좋겠지만 이제는 익숙해서 그런지 쓴다고 해서 크게 불편함은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학생들은 교실에 들어가서도 친구들과 마스크를 쓴 채로 반가운 인사를 나눴다. 방학동안 잘 지냈냐는 안부를 나누면서도 코 밑으로 내려간 마스크를 다시 올리며 대화를 나누곤 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학생들도 일부 있었지만 가방이나 주머니에 넣어둔 채로 다니는 모습이다.

마스크를 벗고있던 김예송 군은 “마스크 착용 의무가 풀렸을 때 홀가분하다는 생각이 들어 일단 벗은 채로 다니고 있지만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도록 가방에 넣어뒀다”고 말했다.

30일 광주 동구 한 종합병원에서 마스크를 가져오지 못한 한 내원객이 로비에서 대기 중이다. 정성현 기자
반면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지 않은 대중교통수단과 병원 등 일부 시설에서는 마스크 착용과 관련해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날 광주 동구의 한 종합병원을 찾은 북구 오치동 주민 선복순(83)씨는 “뉴스에서 실내·외 마스크가 다 해제됐다는 소식을 듣고 오늘 마스크를 가지고 나오지 않았다”며 “막상 와보니 병원에서는 마스크를 써야 한다더라. 가족이 병원까지 데려다주고 이미 가버렸다. 진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주변에 마스크를 살 곳도 마땅히 없고 이런 경우는 대안이 없는건가”라며 “코로나가 끝난 게 아니니 어쩔 수 없다지만, 어차피 (대중교통·병원 등에서) 마스크를 쓰게 할 거면 규제 자체를 나중에 풀었어야 하지 않나 싶다”고 토로했다.

지하철과 버스·택시 등을 이용하려다 마스크 미착용으로 저지당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학동증심사입구역에서 지하철을 이용하던 한정민(70)씨는 “지인들과 만나 지하철로 이동하려고 하니,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입장이 안된다고 했다. 식당이랑 영화관은 마스크를 벗어도 되는데 왜 지하철에서는 착용해야 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씨는 “결국 지인들은 먼저 가고 마스크를 구매하러 나온 나만 뒤늦게 출발했다. 더 밀집한 구역에서도 마스크를 벗는 마당에 왜 여기에서는 굳이 쓰게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점심 약속을 위해 급히 택시를 타고 이동하려던 오모(65) 씨도 마스크로 곤욕을 치렀다. 오씨는 택시 애플리케이션으로 차를 불렀지만, 막상 마스크를 가져오지 않아 도착한 택시에 탑승할 수 없었다.

오씨는 “요양시설에 근무하는 탓에 대중교통이나 병원 등에서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면서도 “택시가 대중교통에 포함되는지 몰라 챙겨오지 못했다. 오래간만에 맞이한 휴무날에 ‘노마스크’로 외출했다가 괜스레 봉변만 당했다”고 머쓱해했다.
30일 광주 동구 한 버스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버스에 올라서고 있다. 정성현 기자
김혜인·정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