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정연권> 관계인구 유치로 구례를 살려보자
정연권 구례군도시재생지원센터장
2023년 02월 01일(수) 16:06
정연권 센터장
계묘년 설을 맞아 깨복쟁이 친구들과 술 한잔 마시며 어린 시절 이야기를 나눴다.

“어렵고 힘든 시절이었으나 그때는 사람들이 정이 많고 북적북적 좋았다”, “정겨운 설음식 먹으며 세뱃돈 받던 그 시절이 그립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고 주변을 둘러봤다. 나와 인연을 맺은 관계되는 사람들 말이다. 서로 연락하며 맺어진다는 게 뭘까. 뭐가 우리를 연계해서 이렇게 만나고 있을까.

3대(大) 3미(美)의 구례는 정과 사랑이 많아 살기 좋은 곳이다. 지수화풍(地水火風)의 여건이 최고로 완비된 장수고장이다. 그러나 인구는 해마다 줄어들어 지난해 12월 말 현재 2만4665명이다. 늘지 않는 상황에 불안하고 지방소멸마저 우려돼 두렵다. 내 고향이 없어지지는 않을지 걱정스럽다. 내 삶의 터전과 추억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소멸위험 징후는 정주 인구감소로 나타난다. 인구가 늘면 활력이 생긴다.

그러나 말처럼 쉽지 않다. 인구 유치를 위한 정책이 추진됐으나 성과는 미미했다. 대한민국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데 인구 유치는 타지역 인구를 빼앗아 오는 행위다. 절체절명의 지역소멸압박에서 탈피할 방법으로 관계인구가 주목받고 있다.

관계인구는 특정 지역에 이주하거나 정착하지 않지만 수시로 지역을 방문하면서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다. 지역소멸 경고등이 켜진 일본에서 고안해 낸 개념이다. 관계인구는 다른 지역에서 이사 오는 ‘정착 인구’가 아니고 관광 철에만 찾아오고 명승지만 스쳐 가는 ‘교류인구’도 아니다. 외지인의 정주는 경제적, 문화적 차이와 텃세 등으로 어려움이 많으나 관계인구는 자유로운 편이다. 지역소멸 방지 해답은 관계인구 확충에 있다.

구례군과 연결되는 관계인구의 확충방안은 출향 향우다. 고향은 땅과 가족, 마을공동체 인연으로 비롯된 추억을 간직하고 산다. 구례 출향 향우는 30만명 정도로 서울을 비롯해 대한민국 곳곳에서 살고 있다. 이들은 선산이 있고 형제자매나 친척이 있어 자주 온다. 고향의 발전을 염원하고 고향 발전에 적극적이다. 향우들이 ‘고향세’에 동참하면 시너지 효과는 더욱 크고 관계인구 확충에 밑거름이 된다.

다음은 귀농 귀촌인 유치다. 정현종 시인은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고 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살아있는 도서관이 오는 일이다. 지난해 말까지 구례에 5532명이 귀농 귀촌했다. 구례로 와서 살아주니 감사하다. 이들이 오면서 그들의 경험과 노하우가 지역에 녹아들어 자양분이 됐으며 구례가 발전되는 동력이 되고 있다. 인적자산이 같이 왔기에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 전 직장 동료, 친척, 지인 등 20만명의 사람들이 구례를 알게 됐으리라 추정된다. 이들의 힘을 빌려 구례를 사랑하는 연결망을 구축하면 많은 사람이 구례에 찾게 된다. 즉, 귀농 귀촌인은 관계인구 확충의 첨병이요 전도사이며 홍보대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마을당 20명의 관계인구가 있으면 소멸위험은 크지 않다. 마을 빈집을 활용해 ‘주말 농부’를 시행해 보면 좋을 듯하다. 빈집은 후손들이 처분하지 않아 흉물로 변해가고 있다. 군에서 매입하거나 5년 이상 장기 임대해 수리한 뒤 희망자에게 살도록 한다. 농지도 임차해주고 농사기술을 지도하면 마을에 생기가 넘치게 된다. 이들에게 제2의 고향이 생기게 된다.

관계인구 확충 방법은 다양하다. 천년고찰 화엄사, 천은사 등 단기 체류나 자원봉사, 정기 방문으로 마음의 평안과 구례를 사랑하게 한다. 지리산을 사랑하는 산악 동호인, 야생화 사진작가, 시인, 소설가 등 예술인의 활동무대를 만들어 주면 구례와 정과 사랑이 깊어져 가는 관계를 맺어 관계인구가 된다.

구례군은 관계인구자들을 우대하기 위해 ‘구례명예군민증’ 발급한다. 관광지 1년간 할인, 구례소식지 발송, 지역 화폐 10% 할인 혜택을 준다. 도시재생사업으로 현 구례읍 사무소를 ‘명예군민자치센터’로 리모델링해 시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하니 반갑고 든든하다.

교류인구가 활성화되어 체류 인구가 늘어남과 동시에 관계인구가 확충되면 구례가 살아나게 된다. 다양한 형태로 많은 관계인구 확충에 지혜를 모으고 정책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이들이 점차 정주 인구로 발전하면 이것이야말로 지방소멸을 막는 모범답안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