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뺑소니 50대 재심 감형 "피해자 과실 고려"
무안서 음주운전에 무면허까지
1심 4년·2심 3년→재심 2년 8개월
"횡단보도 앉아 있던 피해자도 책임"
2023년 02월 14일(화) 18:35
제주지방법원 법원 마크
음주·무면허 상태에서 운전하다 횡단보도에 있던 사람을 사상케한 40대 남성이 ‘윤창호법’ 위헌 결정에 따른 재심에서 감형받았다.

광주지법 제3형사부(항소부·재판장 김태호)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사)·도로교통법 위반(음주·무면허운전) 혐의로 기소된 A(44)씨의 재심에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8개월을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9년 12월5일 오전 5시께 무안군 한 어린이집 앞 도로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058%의 음주 상태로 승합차를 몰다 횡단보도에 앉아있던 B씨를 충격해 숨지게 한 뒤, 구호 조치 없이 달아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당시 B씨를 치어 10m가량 날아가게 한 뒤에도 쓰러진 B씨를 깔고 지나간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B씨는 술에 취해 횡단보도에 주저앉아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2020년 3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같은 해 7월 2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상고했으나 기각됐다.

A씨는 1·2심에서 “새벽 시간 횡단보도에 사람이 쓰러져 있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없었다. 고라니를 친 것으로 여기고 현장을 이탈했을 뿐 도주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A씨가 전방 주시 의무를 위반한 과실과 도주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해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2021년 11월 자신의 사건에 적용된 음주운전 재범의 가중처벌 조항(윤창호법)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에 따라 재심을 청구, 지난해 8월 개시 결정을 받았다.

재심 재판부는 “어린이집 앞 횡단보도에서 음주·무면허운전을 하다 사망사고를 내고 달아난 A씨의 죄책이 무겁다”면서도 “A씨가 당심에 이르러 잘못을 인정·반성하는 점, 합의를 통해 유족이 처벌을 원치 않는 점, 만취 상태에서 횡단보도에 주저앉아 있다 사고를 당한 B씨에게도 상당한 과실이 있는 점 등을 종합해 A씨의 형을 징역 2년8개월로 정한다”고 판시했다.
정성현 기자 sunghyun.j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