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의 경계를 허무는 '찐모녀 블루스'
은혜씨 덕분입니다
장차현실 | 한겨례출판 | 1만6500원
2023년 03월 09일(목) 11:31
은혜씨 덕분입니다.
지난해 tvN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영희 역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배우이자 작가 정은혜. 그를 이렇게 멋지게 키워낸 이는 누구였을까? 그는 바로 23년 차 만화가이자, ‘은혜씨 덕분입니다’의 저자 장차현실이다. 한동안 자신이 만화가임을 잊고 살았던 ‘엄마 장차현실’이 그간의 ‘은혜 매니저’ 일을 잠시 내려두고 자신의 ‘본캐’인 만화가로 독자들을 다시 찾아왔다.

이 책은 싱글맘으로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며 때로 생활고로 힘들어하고 때론 그보다 더한 차별에 괴로워하면서도 은혜씨를 세상에 홀로 설 수 있도록 멋지게 키워낸 엄마의 육아일기다. 또한, 엄마와 딸이 지난한 삶을 함께 토닥거리며 통과해온 성장일기이기도 하다. 책에는 은혜씨가 태어나던 날부터 열두 살 무렵까지 70가지의 에피소드가 1부~4부로 나뉘어 테마별로 배치돼 있다.

작가는 발달장애가 있는 은혜씨를 낳은 뒤 자신의 인생에 예고도 없이 닥친 큰 시련과 지독한 외로움에 절망하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아무것도 모르고 해맑게 웃는 아이를 들쳐 업고 용기를 내어 밖으로 나가 세상과 직접 부딪히며 좌충우돌하던 모든 순간을 때론 코믹하면서도 진솔하게 만화일기로 그려냈다. 그동안 은혜씨는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허물며 수많은 이에게 감동과 힐링을 선사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은혜씨과 그의 엄마 장차현실의 진한 인생의 블루를 함께 하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특별한 선물을 얻어갈 것이다.

저자 장차현실은 홍익대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1997년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에 ‘색녀열전’을 연재하면서 만화 활동을 시작했다. 그 뒤로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는 싱글만의 삶을 담은 만화를 그려왔다. 2016년 장애가 있는 딸 은혜씨가 불현듯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발달장애인의 예술 활동이 충분히 문화적 자원이 될 수 있음을 확신했다. 그 뒤로 발달장애인의 예술이 사회적 ‘약자’의 개념을 넘어 창의성, 다양성의 자원으로 인식되기를 바라며 양평에 장애운동 단체를 설립했다. 현재 경기장애인부모연대 양평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